여야, 尹 ‘폭우 재택’ 대응 공방...“文정부땐 안그랬다” vs “정쟁 멈춰라”

민주 "집무실-관저 가까워야 하는 이유 말하지 않았나" 국힘 "청와대 그대로였어도 야당 비난 여전했을 것"

2023-08-10     이지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 현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반지하 주택에서는 발달장애 가족이 지난밤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기록적 폭우에도 자택에서 전화로 지시 대응한 것을 두고 여야의 공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과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 공약과 연계해 공세를 이어가자 국민의힘은 "재난 상황에 정쟁과 정치공세는 결단코 있을 수 없다"며 방어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10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윤 대통령이) 자택에서 전화로 모든 걸 다 해결했다고 얘기했는데 참 난망한 얘기”라며 “전화기 한 대만 있으면 다 된다는데, 그러면 위기 대응과 관련한 상황실이 있을 필요가 뭐 있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상황 정리다. 서울시 입장, 행정안전부 입장, 환경부 입장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한 번에 한 자리에 모아서 딱 정리를 해줘야 한다”며 “그걸 자택에서 전화로 하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면 나 같은 사람이 또 나와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도 이날 TBS 라디오에서 "침수 때문에 (대통령실에) 못 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중요한 경호상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대통령의 이동 동선은 항상 복수로 준비돼야 한다. 경호실장 경질 사유"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9년 강원도 산불 대응을 거론하며 "(밤) 11시 15분경 대통령 공식 지시가 나오고, 새벽 0시 20분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가 열렸다"면서 "NSC 회의에서 전국의 소방차를 총출동하라는 지시가 나왔다"고 비교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가까이 있어야 되는 여러 가지 이유에 대해 우리가 그렇게 초기에 많이 말씀을 드렸다”며 “문 전 대통령 때도 재난재해가 여러 번 있었는데 관저에서 위기관리센터까지 차로 1분 거리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대통령이 고립됐던 상황인데, 대통령이 고립되는 상황을 그냥 놔두는 것 자체가 굉장히 보안에 큰 구멍이 뚫렸던 것”이라며 “만약에 그게 비가 아니라 전쟁이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나”라고 꼬집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전화로 위기 상황을 대응했다니 대통령이 무슨 스텔스기라도 된다는 말인가”라며 "물바다 되는데 대통령은 뭐하고 있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고 급기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 무정부 상태란 말이 급속도로 번졌다"고 날을 세웠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여권에선 수해를 정쟁 수단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반격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폭우로 가족과 생계의 터전을 잃은 국민 앞에 정치공세는 정치의 기본도, 바른 길도 아니다"라며 "지금은 여야가 '정쟁'이 아니라 함께 힘을 모아 국가적 재난을 극복할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초당적 대책 마련에 힘써도 부족할 판에 일부 정치인은 수해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민주당은 대통령이 자택에 고립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 청와대가 그대로 있었다면, 야당은 구중궁궐에서 대통령은 뭘 했냐고 비난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차기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의원들이 대통령과 정부에게 지원은 못 할망정 어찌 이렇게 딴지를 계속 걸어대는지 모르겠다. 심해도 너무 심하다"며 "민주당의 '처럼회' 의원들이 대전의 물난리 자막을 뒤로 한 채 파안대소하던 웃픈 기억을 굳이 다시 떠올려야 하나"고 비꼬았다. 이어 "시민의 안전을 놓고 딴지 그만 거시고, 좀 자중하시길 바란다"며 "지금은 정쟁보다는 국민에 대한 무한책임감으로 재난 사각지대를 함께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