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부동산 PF 부실 우려' 확산...진짜 쇼크는 내년에 온다
3분기 증권사 순이익 9575억원...전년 比 54%↓ PF 신규딜 사실상 전무...새 먹거리 찾기도 난항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증권사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압박 또한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사업은 앞으로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금융 등 경기민감 익스포저(경제적 손실위험 노출 금액) 관련 리스크 요인이 시스템에 전이되지 않도록 집중 밀착해 상시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권 전반에 부동산 PF 익스포저 리스크요인이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올해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증시 부진 속 거래대금이 급격하게 감소했고,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운용손실 및 그동안 실적을 방어해왔던 IB 사업 부문 마저 IPO(기업공개)·부동산 PF 등의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7곳(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대신증권)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총 9575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979억원 대비 54.3%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까지 증권사들은 저금리 기조 속 부동산 PF 딜을 꾸준하게 늘려왔다. 이에 실적에서도 부동산 PF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났고, 이제는 IB 부문 내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부동산 PF 특성상 사업 성과가 실적에 바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기존 딜들의 성과가 최근 실적에 반영되며 실적 부진 속 효자 노릇을 하기도 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금융권의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확산되면서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사업에도 상당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테마파크의 대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 처리되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다.
이에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며 부동산 PF 신규 딜을 축소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우량딜이 일부 진행되고는 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관련 딜도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 증권사 부동산 금융 담당 한 임원은 "현재 새로운 딜을 찾기에 상당히 까다로운 부분이 많다"며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측면도 있지만, 부동산 경기 자체가 좋지 않아 시장 자체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부동산 PF 사업 위축이 내년 증권사들에게 더 큰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증시 회복과 함께 증권사들의 상황도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올 상반기 증권가에서 예상한 하반기 반등 전망이 빗나간 점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의 분석도 변동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도 증시 부진이 이처럼 지속된다면 부동산 PF 실적 감소가 증권사들에게 이중고로 다가올 수 있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딜을 대체하기 위해 다른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IB 사업내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며 "내년에도 시장이 살아나지 못한다면, IB 실적 악화가 겹쳐 증권사들의 상황은 현재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