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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도 대기업도 못 믿는 시장...자금 조달 막힌 건설업계 '위기'

2022-10-22     김지현 기자
지난 16일 공사가 재개된 서울 강동구 둔춘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재건축 공사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지현 기자] 이달 초 강원도의 '레고랜드 부도 사태'와 충남지역 중견 건설사 우석건설의 1차 부도로 건설업계에 대한 시장의 불안은 가실 줄 모르고 있다.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은 급속히 냉각, 우량·비우량 사업, 대기업·중소기업을 따지지 않고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둔촌주공이 PF이 차환에 실패한 것과, 롯데건설이 계열사 차입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 그 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 서울 둔촌 주공아파트 PF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총 7000억원 규모의 대출 갈아타기에 실패했다. 이에 보증을 선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인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은 7000억원을 채권자들에게 자체 자금으로 부담하게 됐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옛 둔촌주공 아파트를 1만2032가구, 85개 동 규모 신축 단지로 건설하는 대규모 정비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해 사업성이 보장된 사업장으로 평가받지만, 증권사들은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중 한 곳인 롯데건설은 지난 20일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롯데케미칼과 5000억 원 규모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롯데건설은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부동산 경기 침체의 우려 속에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은 롯데건설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로 술렁였다.  

부동산 PF란 건설사들이 개발사업을 통해 얻을 수익금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건설사는 일단 부동산 PF를 통해 자금을 융통해 아파트 등을 지은 뒤 분양 수익금으로 빚을 갚는다. 

전국에 아파트 청약 열풍이 불었던 2020년~2021년 부동산 PF는 금융사들의 효자 상품이었지만, 올해들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미분양이 속출하자 금융사들이 대출을 기피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단기 자금시장이 경색된 것은 강원도의' 레고랜드 부도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강원도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에 지분으로 참여, 지난 2020년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지급 보증을 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어음 만기가 다가오자 "빚을 대신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했고, 2050억원 규모의 ABCP는 지난 6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강원도는 지난 19일 2050억 원에 대한 예산을 편성해 늦어도 내년 1월 29일까지 갚겠다고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지자체 보증 채권도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시장에 자리잡으면서 단기금융시장의 투자심리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지난달 말 충남 지역 6위 업체인 우석건설이 1차 부도 처리된 것도 시장에 불안을 확산시켰다. 우석건설은 최근 2~3년간 주택사업에 집중하며 급성장했지만 급증한 원자재 비용에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은 물론 증권사들도 PF에 손을 떼면서 건설업체들은 자금을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지난달까지 7~8% 수준이던 브리지론 금리는 13%대로 치솟았다. 높은 이자를 감당하겠다고 해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것도 아니다.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진 때문이다. 브리지론은 장기 채무의 만기가 도래시 시장 여건이 나빠져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빌려쓰는 급전으로 부동산 PF의 일종이다. 

이에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견 건설사들이 줄도산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 금리 인상, 자잿값 인상, 미분양 삼중고에 더해 유동성까지 경색될 경우 중견 건설사들은 흑자도산에 이를 수도 있다. 중견건설사는 대부분 국내 주택사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어 PF가 막히면 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