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유석 금투협회장의 승리 비결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이기정 기자]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는 여러모로 이변의 연속이었다.
치열한 승부가 예상됐던 경합은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끝이 났고, 증권사 CEO(최고경영자)가 독점해왔던 금투협회장 자리에는 최초의 운용사 출신 회장이 탄생했다.
다소 싱거운 결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당선까지 쉬운 길은 아니었다. 선거 과정에서 '증권사 vs 운용사' 프레임이 대두되며 서 당선인에게 불리한 판이 깔렸기 때문이다. 금투협회장 투표에서는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의결권을 갖고 있다.
서 당선인도 당선 후 소감에서 가장 먼저 "운용사 출신이라는 프레임이 있었지만 승리를 확신했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이를 경계했다. 대신 그는 운용사와 증권사를 모두 거쳐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장점으로 강조했다. 서 당선인은 20여년간 증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사실 서 당선인을 포함해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의 공약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회원사와의 소통을 약속했고, 금융투자소득세와 금투업계 자금경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럼에도 서 당선인이 회원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투표 시작을 30분 가량 앞두고 진행된 소견 발표에서 승리 비결을 엿볼 수 있다.
소견 발표에서 서 당선인은 후보들 중 유일하게 공약 이행 시행 시점에 대해 언급했다. 서 당선인은 본인의 강점이 강한 추진력에 있고, 협회장 취임 즉시 금투세 문제 해결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금투세 유예는 선거가 있었던 23일 밤 확정됐지만, 당시만 해도 불안감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금투세 중 적격펀드의 분배금 과세 문제 해결이 시급했던 운용사 입장에서는 서 당선인이 발언이 크게 와닿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제외해도 서 당선인의 소견 발표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금투업계의 문제들에 우선 순위를 정하고, 직면한 과제는 시급히 해결하는 한편 장기적인 성장 로드맵 또한 제시했다. 합리성과 진정성, 적극성에 대한 어필도 있었다.
금투협회장은 비유하자면 연합군의 수장이다. 맹주에게는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합리적인 판단과 금투세 및 자금경색 등 현안을 풀어나갈 지혜가 필요하다. 여기에 서 당선인은 선봉에 서는 적극성까지 약속하며 회원사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회원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만큼, 서 당선인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이제는 지나친 부담감이 차기 금투협회장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회원사들의 변함없는 '믿음'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