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반 마감' 은행 영업시간에 시선 곱지 않은 이유
9개월 만에 노사 협상 테이블…'늑장대응'에 비판↑ 은행 "마감하면 그제서야 본격 업무…업무량 과중" 취약층 부담 외면…고객 불편 최소 논의, 속도 내라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코로나 확산으로 영업시간을 단축·운영해오고 있는 은행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고객들이 대출 등 업무를 보기엔 너무 촉박하다는 지적인데, 은행권에서는 이는 노사간 협의 사항이며 마감 시간인 오후 3시 30분 이후 추가 업무를 보기 때문에 실제 업무량은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지난 2021년 영업 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축소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단축 이유였으나, 해제된 후에도 영업시간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영업시간을 다시 늘리기 위해선 노사간에 협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미 지난해 4월 해제됐음에도 여전히 '뒷짐'이다.
은행 영업시간 축소 논란이 계속되면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지난주에서야 첫 협의를 시작했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9개월 만에야 첫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이다. 일각에선 이마저도 속도가 붙을지 모르겠다는 날선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반응은 은행들이 지난해 몇년 간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고,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5대 은행(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의 직원 평균 총급여(성과급 포함)는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엔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수백억이 넘는 횡령사고도 터졌다. 그간 은행이 운운해 온 선관의무(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영업시간 늑장대응' 논란이 더해지니 시선은 당연히 싸늘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 영업시간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은행권에 대한 국민 정서·기대에 부합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국민 생활 불편 해소 △은행 서비스 인식 제고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 영업시간이 줄면서 국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라며 노사에 정상화 노력을 주문했다.
영업시간 논란에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 '노사합의' 사항이라는 점 외에도 영업 시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내용인데, 오후 3시 30분에 일을 마치더라도 추가 업무를 하기 때문에 실제 업무 시간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은행 셔터'를 내리면 수신 관련 부서는 시재를 맞추고, 여신 관련 부서는 그제서야 대출 서류를 들여다본다"라며 "모바일 업무도 점포에서 처리해야 할 때도 있다"라고 업무가 과중하다고 토로했다.
이는 오프라인 점포가 최근 급감한 것에서 비롯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국내 4대 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의 오프라인 점포는 2891곳으로 상반기(2943곳)와 비해 52곳이 줄었다.
점포가 문을 닫고, 직원의 수가 감소하니 1인당 업무량은 그만큼 늘어났다는 결론이다. 업무를 기존 업무시간 안에 처리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에, 문을 닫고 나서 추가업무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이와 맞물려 각 은행의 행보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시중은행은 최근 경쟁적으로 오후 6시까지 운영되거나 주말에도 문을 여는 점포를 늘리고 있다. 또한 '혁신점포'라는 이름으로 타 업계와 손을 잡은 곳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수도권 특정 점포에 한 할뿐이고, 영업시간 단축으로 부담을 느낄 금융취약계층에 대해선 여전히 소홀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편의점에 은행업무 기기를 들여놓은게 어떻게 '혁신'이 될 수 있느냐"라는 식의 비판도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호황기였던 지난해, 은행들은 저마다 사상 최대 이익을 시현했다"라며 "많이 번 만큼 연봉은 당연히 오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은행 업무시간 축소와 억지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영업시간 축소로 인한 고객의 불편에 대해 제대로 협의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 아닌가"라며 "만약 지지부진한 협의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고객을 위하고, 생각하겠다'는 식의 광고 카피, 캐치프레이즈 먼저 빼주길 바란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