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적은 이란' 尹 발언 일파만파…대통령실·외교부 '진땀'
野, '외교 참사'로 규정…"尹 기초적인 판단도 못 해"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적은 이란"이란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나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고, 이란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한국 정부에 항의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1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문제가 된 발언은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 장병들을 찾는 자리에서 비롯됐다. 당시 윤 대통령은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면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곧 파장을 일으켰다. 가장 먼저 한국과 이란 관계에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 외교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이란은 대이란 제재 전까지 중동에서 우리나라와 교역하던 주요 국가였다. 또한 양국 간에는 원화 동결자금 문제 등 해결할 현안도 있다.
대상국인 이란 정부도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외교적'(undiplomatic)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부터 이란과 UAE 등 걸프 국가들 사이에서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었던 상황에 대해 무지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이란과 UAE를 포함한 걸프국들의 관계는 수년간 악화했으나, 지난해부터 화해무드로 전환됐다. 지난해 8월에는 UAE에서 6년 만에 주이란대사를 파견하는 등 UAE와 이란 모두 관계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수습을 위해 애쓰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한-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면서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외교부는 전날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한국과 이란의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지난 15일에는 “UAE에서의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장병 격려 차원의 말씀이었다”며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 관계와는 무관한바,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야권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외교 참사'로 규정,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어 파장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순방에도 어김없이 외교 참사가 발생했다. 대통령이 뜬금없이 적대적인 발언을 내놨는데, 이는 UAE를 난처하게 만들고 이란을 자극하는 매우 잘못된 실언”이라며 “기초적인 판단도 못 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망발이 일파만파로 커지며 ‘중동’을 흔들고 있다. 남의 나라 외교에 참견하는 것도 문제인데, 대통령이 한술 더 떠 이웃 국가 간 관계를 ‘적’으로 규정하며 위험천만한 상황을 만들었다”며 “‘중동 세일즈외교’를 천명하며 요란하게 팡파르를 울렸지만, 실상은 ‘한국 불매운동’이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질책했다.
임종석 문재인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중동 외교는 신남방, 신북방과 함께 대한민국 외교 지평을 넓히는 중심축"이라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이번 중동 방문에서 일어난 ‘실언 파문’을 신속히 성의있게 수습해야 한다. 결코 말로 대충 얼버무릴 사안이 아님을 인지하고 물밑 외교에 최선을 다해주길 충심으로 바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