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서 300억달러 투자유치·'풍력터빈 1위' 베스타스서 투자 약속도
'UAE적은 이란' 발언 '옥의 티'…"실질성과 창출 못하면 尹신뢰↓"

다보스포럼 참석 차 스위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다보스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CEO와의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보스포럼 참석 차 스위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다보스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CEO와의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저는 대한민국 영업사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 순방에서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의 활동을 시작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기간에는 역대 최대 투자 규모인 300억 달러(약 37조2600억원) 유치를 약속받고, 48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을 계기로 찾은 스위스에서도 우리 기업을 홍보하고 국내 투자 유치를 요청하는 등 세일즈 외교에 주력했다. ‘제2 중동 붐’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수출 부진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에 대한 핑크빛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성과를 끌어낼 수 있는지에 따라 윤 대통령의 향후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리라 전망하고 있다. 성공한다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띤 총선에서 승리해 남은 임기 안정적인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실패한다면 동력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때이른 레임덕의 길로 향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한-UAE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한-UAE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尹, UAE 이어 스위스서도 '세일즈 외교' 주력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부터 6박8일 동안 숨 가쁜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그는 14일부터 17일까지 국빈 방문한 UAE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 기념식, 아부다비 지속가능성 주간(ADSW) 및 한-UAE 비즈니스 포럼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15일 열린 한-UAE 정상회담에서는 UAE로부터 역대 최대 투자 규모인 300억 달러 투자 유치 약속을 받아냈다.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대규모 경제 사절단이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에 힘을 보태면서 48건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을 계기로 찾은 스위스에서도 세일즈 외교에 박차를 가했다. 윤 대통령은 국내외 글로벌기업 총수들과 만나 오찬을 가지며 한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 허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짐했다. 또한 한국 기업과의 협업과 투자를 강조하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에 대한 지지와 관심도 당부했다.

또한 19일에는 다포스포럼 특별연설자로 나서 공급망 강화와 청정에너지 전환, 그리고 디지털 질서 구현을 위한 연대의 길을 제시했다. ‘한국의밤’ 행사에서도 윤 대통령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에 나서는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에서 열린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에서 열린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MOU 법적 구속력 없어…실질 성과 창출 힘써야"

전문가들은 ‘경제’에 초점을 맞춘 윤 대통령의 행보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봤다.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가 크게 위축된 상황 속 돌파구를 마련한 만큼, 지지율 반등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은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라면서 “UAE의 300억 달러 투자 유치 소식 등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 상승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번 순방에서 윤 대통령은 민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제 외교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펼쳤다”면서 “국정운영의 1차 목표인 40%대 지지율 고지 달성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5주 동안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다시 30%대로 내려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8명을 상대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물은 결과 39.3%가 긍정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보다 1.6%포인트 하락하면서, 4주 연속 이어져 왔던 40%대 지지선이 무너졌다. 부정 평가는 2.5%포인트 오른 58.4%였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UAE가 3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양해각서의 경우 양측이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거치는 과정인 만큼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세일즈외교는 결실을 보아야 빛을 볼 수 있다”면서 “양해각서는 구속력이 없어 본계약까지 무사히 이어지기 위해선 정부가 적절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성과가 없으면 윤석열 정권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고금리 행진이 계속되면서 소비가 위축돼 수출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면서 "지난 1년간은 문재인정부 탓이라도 할 수 있었겠지만,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만큼 구체적인 성과를 내려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윤 대통령을 신용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순방중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란 정부가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연이은 '순방 논란'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자칫 부정적으로 급변할 수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이란 정부는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우호적 관계를 방해하고 지역(중동)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이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과 입장 정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 과정에서 체결된 MOU를 경제협력을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평가하며, 기업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촘촘히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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