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첫 국방백서서 '북한은 적' 표현 부활…박근혜정부 이후 6년 만

9·19 군사합의 비판…"신뢰 구축 조치 제대로 이행 안 돼"

2024-02-16     박준영 기자
북한이 지난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가 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발간된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우리의 적으로 규정한 것은 박근혜 정부 이후 약 6년 만이다. 국방부는 국방정책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공감, 군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2 국방백서’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1967년 이후 25번째로 발간된 백서로, 모두 7장의 본문으로 구성돼있다. 또한 국방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돕고, 심층적인 연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상세한 국방 관련 참고자료와 데이터를 일반부록과 특별수록으로 수록했다.
이번에 발간된 국방백서의 가장 큰 특징은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이 부활했다는 것이다. 이 표현이 국방백서에 다시 등장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 발간된 2016 국방백서 이후 처음이다. 2018 국방백서와 2020 국방백서에서는 북한과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점을 고려해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표현됐었다. 국방부는 북한이 2021년 개정된 노동당규약 전문에 한반도의 공산주의화를 명시하고,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우리 측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졌다. 2020 국방백서에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50여㎏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으나, 이번에는 20㎏늘어난 70여㎏으로 평가했다. 미사일 종류도 기존에 알려진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초대형방사포(KN-25) 외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계열의 고중량탄두형미사일을 추가했다. 북한이 지난 7일 열병식에서 대규모로 선보였었던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포함됐다. 또한 근거리형전술유도탄(CRBM)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인 북극성-4와 북극성-5,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로 주장하는 활공체형 미사일, 원뿔형 미사일 등도 추가됐다.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군사합의서 서명식을 보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 모니터 촬영. 사진=연합뉴스
지난 정부에서 체결했던 9·19 군사합의에 대한 문제점도 담겼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회담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 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종식해 전쟁 위험을 제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방사포 사격 등의 방법으로 도발을 이어가자 지난 1월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백서에는 2018년 남과 북이 9·19 군사합의를 통해 우발적 군사 충돌 방지, 군사적 신뢰 구축에 합의했지만, 남북군사공동위 구성·운영 및 남북공동 유해 발굴과 같은 신뢰 구축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상완충구역 내 포사격 및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의 미사일 발사, 무인기 침범 등 상호 적대행위 중지 조치를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점도 포함됐다.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힘에 의한 평화’ 기조 아래 우리 군의 능력과 태세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도발 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기기도 했다. 이 밖에 글로벌 중추 국가, 인도-태평양 전략, 한미동맹 강화 등 정부 정책 기조를 이행하기 위한 국방 분야 노력도 반영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새롭게 정립된 국방정책과 이에 대한 성과, 향후 추진 방향이 담기기도 했다. 과학기술 강군 육성, 장병 사기·복지 증진, 군 복무에 대한 예우 강화 등이다. 국방백서 전문은 이날 오후부터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3월 중에는 최종 인쇄된 책자가 정부 기관, 국회, 연구소, 도서관 등에 배포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우리 국방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영문본과 다국어 요약본(영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도 올해 상반기 중 발간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