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모락모락'…이유는
이창용, 인플레 파이터 역할 자처했으나…5%대 물가 지속 고금리·고물가에 소비심리·수출 부진…경기침체 고려해야 인상 멈추고 긴축효과 지켜볼 듯…매파 기조는 이어갈 전망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정우교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번 달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5%를 웃돌며 고공행진 중이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만약 금통위가 이번에 동결할 경우 기준금리 연속 인상은 1년여만에 멈춘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이달 금통위에서 고물가와 경기 하강을 함께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간 '인플레 파이터'를 자처하며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이후 금통위는 올해 1월까지 6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작년 7월, 10월엔 각각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3.50%로 미국(4.75%, 상단 기준)과의 금리 차이가 1.25%포인트다.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에도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작년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하더니, 지난달까지 5%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기·가스·수도, 식료품 가격이 오른게 주원인이다.
급격한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가계소득은 비용(부채, 물가)을 감당하지 못했고 소비심리도 덩달아 위축됐다.
기업들은 수출 부진에 빠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463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555억달러)보다 16.6% 감소했다.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부품, 무선통신기기, 가전제품이 모두 줄었다.
수출액 감소는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시작됐다. 4분기 수출액은 총 1590억달러로 2021년 4분기 1767억달러와 비교해 10.0% 줄었다. 무역적자도 이때부터 늘어나며 올 1월엔 127억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51억달러)에 비해 적자 폭만 75억달러 늘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5포인트 내린 69로 나타났다. 이번 달 전망도 2포인트 하락한 68로 나왔다. BSI는 경제활동(생산, 매출, 소비 등), 경기에 대한 기업의 전망을 나타낸 지수다. 부정적인 응답이 긍적인 응답보다 많을 경우 100을 밑돈다.
BSI 결과는 경기가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인플레 파이터'의 긴축기조 만큼이나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통화정책의 필요성도 커진 셈이다.
이창용 총재도 지난 1월 금통위 간담회에서 "지난해 11월에는 올해 성장률을 1.7%로 봤으나 여러 지표를 볼 때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겠다"라며 성장에 무게를 두겠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최종금리에 대한 금통위원 간 이견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당시 간담회에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최종금리를 3.50%로, 3명은 3.75%로 의견을 냈다"라고 말했다.
최종금리를 3.50%에 두자는 금통위원은 당분간 금리인상의 영향을 지켜보자는 주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는 다만 "금통위원의 견해는 현재 물가, 성장흐름 등을 전제로 한 것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추가 인상을 주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통위원들도 적극적으로 인상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면서 "한국은행이 이번 금통위에서 3.50%로 금리를 동결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미국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경기 하강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은 추가 인상보다는 그간 누적된 통화긴축 효과를 지켜보면서 동결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동결 결정이 나와도 한국은행은 매파적인 기조를 보일 것이다"며 "미국의 최종금리 수준이 상향조정될 우려 등을 감안할 때 비둘기적 신호를 통해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