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 매력은 옛말...증권주 배당수익률 '뚝뚝'
메리츠 제외 대부분 증권사 배당 감소 지난해 실적 하락에 배당 축소 불가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기조 유지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고배당주로 평가받던 증권주가 체면을 구기게 됐다. 실적 악화에 증권사들의 배당이 줄어들면서 배당주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도 예상만큼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배당 계획을 밝힌 대형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이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는 교보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배당 계획을 밝혔다.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대부분 증권사들의 배당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호실적을 토대로 전년 주당 100원에서 올해 135원으로 35% 배당이 늘었고, 시가배당율도 2.2%로 1.7% 대비 0.5%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전년 대비 43.75% 감소한 영업이익 8356억원을 기록한 미래에셋증권은 주당 20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전년 주당 300원에서 33% 감소했고, 시가배당율도 3.4%에서 3.1%로 0.3%포인트 줄었다.
삼성증권의 경우 주당 1700원, 시가배당율 4.8%로 전년 3800원, 7.7% 대비 각각 55.2%, 2.9%포인트 감소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5.83% 감소한 5781억원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교보증권도 전년 대비 주당 배당금이 83.3%, 60%, 시가배당율이 5%포인트, 2.21%포인트 각각 감소했다. 지난해 이베스트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81.5% 72.2% 줄었다.
또 아직 배당 계획을 밝히지 않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 역시 기존보다는 배당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배당을 바라보고 증권주에 투자했던 투자자들도 기대만큼의 수익을 챙기기는 힘들어졌다. 통상 배당주 투자는 연말로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는데, 특히 지난해에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보다 이른 시점부터 배당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에서 배당수익률 전망치를 제시한 증권사 6곳(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의 배당수익률 평균은 4.76%였다.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 7.37% △NH투자증권 6.24% △한국투자증권 5.9% △키움증권 3.5% △미래에셋증권 3.31% △메리츠증권 2.21% 등이다.
다만,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실제 배당수익률은 같은 기간 기준으로 산정시 각각 5.19%, 2.91%로 예상 대비 2.18%포인트, 0.4%포인트 감소했다. 메리츠증권은 2.98%로 0.77%포인트 증가했다.
증권사들은 절대적인 배당은 줄었지만 배당성향 확대와, 자사주 소각, 차등 배당 등을 통해 주주환원 기조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삼성증권의 배당성향은 3.58%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늘었고, 미래에셋증권은 배당과 함께 87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주주환원성향도 지난해 31.3% 대비 1.7% 높은 33%를 기록했다.
또 교보증권은 일반주주들에게는 주당 200원을 배당하지만, 최대주주에게는 무배당하는 차등 배당을 올해에도 어이가기로 했다. 교보증권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약 73%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주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고객동맹정신을 바탕으로 주주와 함께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주주환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다”라고 밝혔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과 배당이 정확하게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증권사들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줄어 기존 배당을 유지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증권사들의 실적이 지난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증권주 배당이 줄어들 것이라는 부분을 시장에서도 어느정도 인지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