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제외 '1조 클럽' 실종...증시 한파 등 여파
SK증권 영업익 97% 급감...현대차·다올은 '선방'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증시 불황과 금리인상 등 악재가 겹친 탓에 증권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기록했던 대형 증권사 5곳(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40~70% 감소했다.

2021년 영업이익 1위였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440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5.9% 감소했다. 2위였던 미래에셋증권 역시 8459억원에 그치면서 전년 대비 43.1% 줄었다.

삼성증권의 경우 5786억원으로 전년 대비 55.78% 감소한 것을 비롯해 NH투자증권은 5214억원으로 59.71%, 키움증권은 6564억원으로 45.7% 쪼그라들었다.

반면, 2021년 아쉽게 영업익 1조 달성에 실패했던 메리츠증권은 1조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조92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대비 15.13% 늘어났다.

다른 증권사들도 지난해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KB증권은 20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65.3% 감소했고, 대신증권은 2561억원으로 71.7% 줄었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도 영업이익이 각각 79.5%, 80.3% 축소됐다.

영업이익이 90% 넘게 급감한 곳도 있다. SK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5억원에 그쳤다. 전년보다 97.12%나 감소했다. 또 유안타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도 각각 86.53%, 83.41%, 81.5% 급감했다.

반면, 현대차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114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6.53% 감소하는데 그쳤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38.74% 줄어든 다올투자증권도 상반기 수익과 계열회사의 선전으로 실적 하락을 일부분 만회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IB(투자금융)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사업 리스크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와 면밀한 사후관리도 손익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실적부진 배경으로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수수료수익 부진과 금리상승 여파로 운용부문 실적이 감소한 점 등을 꼽았다. 또 일부 증권사의 경우 희망퇴직비용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증시 침체와 시장금리 상승, 자금조달시장 위축 등으로 수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도 "거래대금 감소로 리테일 수익이 줄었고, 금리상승으로 인해 운용부문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여전히 힘든 업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거래대금은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있지만, 금리변동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IB 회복도 당분간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실적의 위험요인은 완화되고 있다고 판단되지만, 금융위축에 따른 IB 실적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핵심 수익성 회복에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분명 지난해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기 때문에 올해 업황을 쉽사리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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