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주총 키워드:① 행동주의 펀드] 'JB금융 vs 얼라인' 신경전에 업계 관심 고조
재무건전성, 대손준비금, 투자·성장 필요 고려 시 도움 안돼 "보통주자본비율·주주환원율 목표 설정, 배당 규모 유지 必" 30일 주총 결과 주목…배당금 인상, 사외이사 선임 '표 대결'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정우교 기자]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JB금융을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유지분을 기반으로 현금배당 인상, 사외이사 선임을 잇따라 제안하며 주주행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JB금융이 제안을 사실상 거절하고 의결권 확보에 나서면서 업계 이목은 오는 30일 주주총회 표 대결에 쏠리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과 얼라인파트너스의 '힘 겨루기'는 주주제안이 발단이 됐다. 이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올 1월부터 전개해온 은행주 캠페인의 일환으로, JB금융에 대해선 지난달에만 두 차례 주주제안을 보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 지분 14.0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첫 제안은 주당 배당금을 900원(연간 배당 성향 33%)으로 책정해달라는게 주된 내용이다. JB금융은 이보다 낮은 715원으로 배당금을 제시한 바 있다. 또 얼라인파트너스는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추가로 제안했다.
두 번째 공개주주서한에는 자본배치정책, 주주환원정책 등이 구체적으로 포함됐다. 주요 내용은 △보통주자본(CET1) 목표비율 13%로 설정 △CET1비율 구간별 목표주주환원율 제시 △주당 배당금 절대 규모 유지 △거래배수 따른 주주환원정책 변경 △현금배당, 2분기 내 자사주 매입·소각 등이다. 첫 제안 이후 JB금융의 상황을 반영했다는게 얼라인파트너스 측 설명이다.
여기서 CET1 비율은 위험가중자산(신용도, 담보 등을 기준으로 가중치를 반영해 평가한 자산) 대비 보통주자본의 비율로 건전성을 따지는 지표 중 하나다.
JB금융은 작년 실적을 발표하며 CET1 목표비율은 13%로 설정하고 위험가중자산 성장률을 추후 3년간 연평균 7~8%로 관리하겠다는 정책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얼라인파트너스는 1차 제안에서 "7~8%는 타 지주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라고 지적했고, 2차 제안에서도 '적절히' 조절해 줄 것을 요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 관계자는 "금융주 저평가 원인 중 하나가 주주환원이 부족한 것 때문이다"며 "CET1 비율을 늘리면서도 주주환원을 원활히 하려면 위험가중자산 성장률을 명목 GDP 성장률인 4~5% 수준으로 조절해야한다"라고 부연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이 제안을 수용하면 2022년 결산 CET1 비율은 약 11.4%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JB금융은 △주당 배당금 900원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2일 공시를 통해 의결권을 확보하며 주총에서의 표 대결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주당 배당금 인상과 관련해 JB금융은 "재무건전성 유지,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대비 필요성, 투자 필요성, 배당·주주환원 수준의 안정적 성장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도움이 되지 않는 제안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선 "전문적 적합성, 후보심사, 검증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얼라인파트너스가 김 대표에 대해 "글로벌 금융기관(홍콩·한국JP모간, 뱅크 오브 아메리카)을 거친 자본시장 전문가로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라고 소개한 것과 상반되는 입장이다.
얼라인파트너스도 의결권 확보에 나서면서 맞불을 놨다. 현재 JB금융의 1대 주주는 삼양사로 14.61%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와의 차이는 불과 0.57%포인트. 양측이 의결권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결과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양측의 신경전이 갖는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2년간 투자,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주행동에도 힘이 실려왔지만, 금융사를 상대로 한 것은 이례적이라서다.
차파트너스, 트러스톤 등 그간 주주행동에 나섰던 사모펀드들의 대상도 토비스, 사조오양, 한샘 등 제조업이 대부분이었다. 만약 얼라인파트너스의 제안이 이번 주총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타 금융사에 미칠 파급력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업계에선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주주행동의 '속도'가 빨라졌다면, 앞으론 주주행동의 대상이 다양해질 것이다"라며 "주주의 목소리는 그만큼 거세질 전망이고, 금융사 이사회도 다양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지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얼라인파트너스는 6일 입장문을 내고 JB금융 이사회가 '주당 900원 결산 배당' 제안이 과도하다고 판단한 객관적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김기석 후보자를 추천한 것은 '법상 보장된 주주의 고유 권한'이므로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차 공개주주서한에 대해 오는 9일까지 납득 가능한 객관적 근거와 상세한 설명을 포함한 답변을 제시해줄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