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스·사조오양·에스엠 표대결서 실력행사…"스튜어드십 코드 성과"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행동주의 펀드들이 이번 주주총회 기간 두각을 나타냈다. 사내이사, 사외이사, 감사 후보에 인물을 추천하고, 이들의 선임을 위한 표 대결을 주도하면서 주주행동에 성과를 거뒀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은 올해 주주총회 기간 각각 토비스·사조오양,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를 대상으로 주주제안에 나서면서 주목받았다.
이들은 기업의 가치가 현재 저평가됐다는 진단과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주주서한을 보냈고 일반주주의 참여도 독려했다. 그 결과, 두 행동주의 펀드는 각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차파트너스가 토비스 측에 자사주 전량소각 등을 권고한 후, 토비스는 지난 18일 주주환원정책을 공시했다. 주요 내용은 △현금배당 △자사주 취득·소각 △신규시설 투자 등으로 토비스의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5% 이상 상승했고 지금까지 1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차파트너스 관계자는 공시 직후 "회사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사조오양 주주총회에서도 차파트너스가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인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선임됐다. 차파트너스 측 관계자는 이에 앞서 이사회의 독립적인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이 교수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다만 함께 제안했던 집중투표제, 자사주 매입, 자발적 상장폐지 등은 부결되며 과제로 남겨졌다. 차파트너스 관계자는 주총 후 "기관 투자자가 추천한 후보가 감사위원이자 사외이사로 선임된 만큼 부결된 제안 내용을 포함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제안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에스엠을 상대로 주주제안에 나섰던 얼라인파트너스도 결과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당초 에스엠 주주총회의 주요 이슈는 에스엠과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최대주주)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 간의 계약이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현재 에스엠 이사회는 최대주주 이익만을 위하고 있다"며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종료할 것을 촉구했다.
에스엠이 제안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라이크기획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깊어졌다. 더욱이 에스엠이 주총 전 유상증자 관련 정관 변경을 공시한 후 이를 철회하면서 양측은 공방전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31일 실시한 주주총회에서 이성수 에스엠 공동대표는 라이크기획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곽준호 전 KCF테크놀로지 경영지원본부 상무가 감사로 선임됐고, 상장 이후 첫 배당도 결정되면서 공방전은 얼라인파트너스 쪽으로 기울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총 후 입장문에서 "이번 승리는 자본시장 선진화의 성과이자, 개인 투자자들의 승리다"라며 에스엠이 주주총회에서 약속한 내용을 실행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차파트너스, 얼라인파트너스 외에도 이번 주주총회 기간에는 KCGI, 트러스톤자산운용, 테톤캐피탈파트너스, 안타자산운용 등 여러 기관 투자자들이 목소리를 냈다.
업계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가 도입된 이후 주주행동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게 아니냐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 확산이 이어지면서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도 더욱 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주주행동을 접하게 되는 투자자나 정부, 의결권자문기구 등의 반응도 과거와 비교해 우호적인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스튜어십 코드가 100% 성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업계에서는 기관 주주들보다 일반 주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제안에 포함해 참여를 독려하거나 포괄적인 사례 연구가 담긴 내용으로 주주제안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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