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배 만들고 떠나겠다”
신약개발 비중 40%로…내년 10개 임상 4~5조 자금 확보해 글로벌 M&A 추진 3사 합병 구체화…"관건은 금융시장"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성수 기자]“웬만한 파도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 배를 만들어 놓고 떠나겠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29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다시 회사로 돌아온 이상 그냥 나가지는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 회장은 전일 열린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각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선임됐다.
서 명예회장의 복귀는 2021년 3월 “그룹을 둘러싼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경우 소방수 역할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난 지 2년 만이다.
서 회장은 임기 2년 동안 경영 일선에 복귀해 직접 셀트리온그룹 사업을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우리 그룹이 가지고 있는 시너지를 극대화 시켜서 실질적으로 지금과 완전히 달라진 회사의 사세가 되도록 해놓고 떠나겠다”며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뛰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4~5조 자금 확보…글로벌 M&A 추진
서 회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재차 강조한 전략은 M&A다. M&A는 서 회장이 복귀한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서 회장은 “지금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가속화되고 있어, 오너 차원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면서 “셀트리온그룹의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거시적 관점에서 글로벌 기업 M&A도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 회장은 이어 “모든 회사들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을 때 잉여현금을 가지고 대규모 M&A 시장에 들어가고자 하는 준비를 해왔다”며 “3·4분기 말부터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현금성자산, 채권, 개인 주식 스와핑 등 방식을 통해 M&A를 추진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규모 M&A를 위한 자금으로는 사재까지 포함해 최대 4~5조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자금은 주로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을 인수하는 데 사용될 전망이다.
서 회장은 “우리가 안 가지고 있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신약 하나를 가지고 있는 회사를 보고 있지만 의미 있게 보는 것은 우리가 채택해야할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월가의 파트너들이 저랑 같이 탐색하고 있고, 국내 파트너도 저랑 같이 탐색하고 있다”며 “미국, 유럽, 인도, 일본, 한국 등에서 여러 회사를 관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M&A 전략을 짜는 데에는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수석부사장(제품개발부문장)이 힘을 보탠다.
서 회장은 “서 부사장은 신규제품, R&D 파이프라인을 비롯해 해외 기업 투자나 M&A도 들여다보고 있다”며 “저와 둘이 적절하게 영역을 놓고 잘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약 매출 40%까지…의약외품‧원격의료 신사업도
서 회장은 올해 10월 램시마SC를 미국에서 신약으로 허가 신청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신약개발사로의 도약을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ADC 항암제, 이중항체, 마이크로바이옴, 경구형 항체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외 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플랫폼 기술과 항체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에도 집중해 신약 개발 기업으로 면모를 갖춰 나간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조만간 준공을 앞두고 있는 글로벌생명공학연구센터가 신약 연구개발 역량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 회장은 “올해 10월이면 램시마 SC가 미국에서 신약으로 허가서류를 넣게 되면 저희 회사는 저희 회사는 신약을 출시하는 회사가 된다”며 “현재 셀트리온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은 21개로, 내년에 10개의 신약후보물질이 임상에 돌입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오시밀러 선두두자에서 바이오시밀러의 비중을 60%, 신약을 40%까지 맞춰서 신약을 같이하는 회사로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신약 전문회사로 가기 위해선 플랫폼이 중요하다”며 “올해 6월까지 메신저 리보핵산(mRNA) 플랫폼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약외품 사업 진출도 추진하기로 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도 이제 해외 직판망이 구축돼있고, 브랜드파워가 낮지 않기 때문에 의약외품 시장에 들어갈 것”이라며 “매출 기대효과는 이 시장도 제약시장 만큼 큰 시장이다. 매출을 증대시키는 유인은 클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올해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셀트리온그룹은 올해 미국에서 전이성 직결장암 치료제 ‘베그젤마(CT-P16)’,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플라이마(CT-P17)’ 등 후속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들 제품을 신속하게 미국 시장에 선보이고 시장 점유율 확장을 위해 미국 직판 체계를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USA가 2년 내 3조원 이상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직판망 작업 준비를 마쳤다”며 “최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 원격진료 사업 진입도 준비하고 있다. 서 회장은 이를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를 별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미국 내 생산시설 준공에 대해서도 입장도 표명했다. 서 회장은 “미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가이드라인이 제시된다면 수용할 생각”이라며 “4공장을 짓게 되면 아마 절반은 미국에, 절반은 한국에 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3사 합병도 ‘곧’…“영업현장서 뛰겠다”
셀트리온그룹은 소액주주 및 해외 투자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셀트리온그룹 제약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합병 준비 작업도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 합병과 관련된 법적 절차 및 실행을 위한 내부 실무 검토를 마무리했으며, 국내외 주간사 선정을 준비 중이다.
서 회장은 그룹의 숙원 사업인 3사 합병과 관련해선 “합병에 대한 준비는 거의 끝났다”며 “관건은 금융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이 안정화되면 마일스톤을 제시할 것”이라며 “마일스톤이 제시되면 4개월 안에 합병이 완료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합병에 대한 마무리를 가급적이면 신속하게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전일 정기주총에 이어 이날 재차 영업 현장에서 뛰겠다는 말을 강조했다. 그는 “그룹의 총수가 영업현장을 뛰는 것은 위기일 때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전략을 세우고 전략을 결정하고, 그 전략을 영업현장에서 디자인하고, 접목시키는 것이 지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총과 이사회에서 공식 승인된 만큼 2년간 현업에 복귀에 그룹의 미래 비전 확보를 위한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며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3사 대표이사들은 내부 오퍼레이션에 집중하고, 이사회 공동의장으로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