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에 조수진까지…김기현, 잇단 설화에 경고음 켜지자 뒤늦게 수습
"당 이미지 실추시 지위고하 막론하고 권한 행사" "국민 정서 어긋나는 언행 시 자격평가서 벌점"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출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국민의힘 김기현호(號)가 곤욕을 겪고 있다. 정부와 주파수를 맞춰 민생 정책을 발굴하는 데 힘쓰고 있지만, 당 지도부의 말실수가 잇따르면서 '총선 위기론'까지 대두되자 결국 김기현 대표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당 지지율 하락 속 김 대표의 '뒤늦은' 수습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대표는 6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불미스러운 잡음으로 인해 우리 당의 개혁 의지가 퇴색되고 있는 것 같아 당 대표로서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스럽고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우리 국민의힘은 당원의 의무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 품위를 유지하고 청렴한 생활을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원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윤리 규칙을 통해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당을 이끌어가는 주요 구성원들이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하는 일이 최근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 내년 총선을 이기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도 쉽지 않은 여건"이라면서 "당 대표로서 엄중히 경고한다. 이 시각 이후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당을 부끄럽게 만드는 언행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당 대표에게 주어진 권한을 더욱 엄격하게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를 하루빨리 구성해 엄정한 윤리 기강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사람에게는 차후 자격평가 시 벌점을 매길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금 당이 비상 상황이다.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총선 승리를 위해 장애 요인이 되면 누구든지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책임 있는 집권당으로서 더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오직 민생 살리기로 국민 신뢰를 쌓을 것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가 내부 단속에 들어간 것은 최근 당 지도부의 연이은 실언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달 12일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게재에 대해 "불가능하다.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이라 말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25일에는 미국의 한 보수단체가 주관한 강연에서는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 통일했다"고 밝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연이은 논란에 김 최고위원은 거듭 사과하며 공개 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 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4.3 기념일은 (3.1절, 광복절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 추모일"이라고 말해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설화(舌禍)에 휩싸인 것은 비단 김 최고위원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1호 특별위원회 '민생119'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수진 최고위원은 전날 김 최고위원과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쌀 소비 촉진 방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을 제시했다가 비판에 직면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보면 3·8 전당대회 일주일 전인 3월 1주차(2월 28일∼3월 2일)에 39%를 찍었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5주 차인 이번에 33%로 6%포인트나 급락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3월 1주차 29%에서 5주차 33%로 4%포인트 올라 국민의힘과 같아졌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