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요금 인상 찬반 격돌…요금 인상 시기는 '깜깜'

20일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 열려 한전·가스공사 자구노력 요구는 큰 목소리 못내

2024-04-20     안희민 기자
정부와 국민의힘은 20일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20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에서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둘러싼 기업 이익단체와 에너지업계 간 찬반 의견이 격돌했다. 대신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자구노력을 강하게 요구해온 국민의힘과 정부의 목소리는 비교적 크게 나오지 못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에너지 요금 인상의 필요성과 당위성, 국민의 고통 감내를 요구하면서도 시기를 특정하지 않아 에너지 요금 인상 시기에 대한 궁금증만 더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마련한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대한상공회의소, 뿌리산업협회, 반도체산업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산업 경쟁력을 위해 에너지 요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반해 전기공사협회, 전기산업진흥회, 민간발전협회, 도시가스협회는 한전과 가스공사가 중소기업들과 함께 조성한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라도 에너지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간담회를 주도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모두발언에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도덕적 해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전만 해도 직원들이 가족명의로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고 한국에너지공대는 예산을 전용했으며 한국전력은 이러한 사실을 은폐했다”며 “정부와 에너지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질타했다.   
이러한 목소리는 간담회가 비공개로 진행된 이후 묻히는 듯 보였다. 에너지 요금 인상에 대해 기업 이익단체와 에너지업계 간 찬반 의견이 표출되는 과정에서 한전과 가스공사가 연관 기업들의 경영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공론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간담회가 끝난 후 언론사와의 일문일답에서 박 의장은 “에너지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기업과 에너지업계 각 분야가 처한 상황이 달라 어려움 해소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서로 양보하며 혼란을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 이익단체와 에너지업계 참석자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기업 이익단체는 대체로 전기요금 인상이 경영에 부담된다는 입장이었다.   박 의장에 따르면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토요일 심야 전력요금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산업계 부담이 크니 크게 완화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한전이 고시한 전력구매계약(PPA) 요금제도를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성덕 뿌리산업진흥센터 소장은 뿌리산업의 평균전력비는 매출액 대비 1.7%인데 주조공정과 열처리공정의 경우 이보다 2배 높아 전기요금 부담이 큰만큼 전력요금 보조금 지원을 요청했다.  김효수 반도체산업협회 본부장은 정부의 정책 방안에 공감하면서도 현재 반도체 업계가 어렵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이 공급되는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찬회 중소중기중앙회 본부장은 한국의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와 3중고를 고려해 요금 인상을 신중하게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며, 전력산업기반기금 인하와 납품단가 연동제에 전기요금을 결부시켜 줄 것을 주문했다.
20일 간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전과 가스공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지만, 비공개 회의 이후 잦아들었다. 오히려 당정이 에너지요금 인상 시점을 특정하지 않아 궁금증만 더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이에 반해 에너지업계는 요금 인상 지연이 한전과 가스공사가 구축한 산업생태계를 훼손해 연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장현우 전기공사협회 회장은 한전 발주물량이 감소해 전기공사업체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기설비와 전력망 유지보수 감축은 송배전망 노후화로 이어져 블랙아웃 등 대규모 국가재난상태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만큼 전기설비와 전력망에 대한 유지보수 투자를 활발히 진행해 한전이 조성한 전력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는 합리적 선택을 요구했다.   이우식 전기산업진흥회 전무는 장 회장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전력기기의 발주물량이 감소되고 납품단가 인하, 기기교체 주기 연장, 대금지급 지연으로 인해 한전 협력사가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가에 못미치는 전기요금이 정상화돼 한전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연백 민간발전협회 부회장은 4월부터 적자로 전환된다면서 에너지 신산업 투자가 필수적인데 SMP 상한제 실시로 인해 투자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연료비 연동제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전기요금도 독립된 규제기관에서 에너지요금을 결정하는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연료비 연동제는 발전연료 단가의 변동분을 시차를 두지않고 전기·가스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정희용 도시가스협회 전무는 연료비 연동제의 조기 정상화를 요청하며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을 4배 인상해도 지난해 말 기준 8.6조원에 달하는 도시가스 미수금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합리적인 요금 제도로 예측과 지속경영 가능한 기업경영 환경 조성을 요청했다.  기업 이익단체와 에너지업계 간의 요금인상 찬반 격돌에 묻힌 건 한전과 가스공사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요금인상 시기도 마찬가지였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에너지요금 인상 시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기자들은 윤 대통령 방미 전에 에너지요금 인상이 이뤄지는게 아니냐는 질문과 더불어 에너지요금 인상 지연이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점에 대해 말씀 드리지 않았다”며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우려는 심리적인 요인이 아니냐”고 답했다.  한편, 업계의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질문도 있었다. RE100 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 지붕에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돼 있지 않음을 지적하며 한전에게 값싼 전기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업계도 자구노력을 해야한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반도체 공장은 미세한 공정 때문에 옥상 지붕에 태양광설치를 유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고 김효수 반도체산업협회 본부장은 “다양한 방법과 다양한 기술을 노력하고 있으나 태양광 부분은 사업자별로 일부 설치돼 있고 공정에 쓰는 전력 품질이 반도체에선 높은 면이 있다"면서도 "앞으로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기업 이익단체와 에너지업계만 참석하고 한전과 가스공사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