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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美의회 연설…'미국과 '자유의 나침반' 역할 수행'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에 美 의회 연설 44분간 영어 연설서 자유 46회·동맹 27회 언급

2023-04-28     박준영 기자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을 대상으로 연설했다. 44분 동안 진행된 연설에서 '자유'를 46번 언급하며, 한미동맹의 청사진으로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을 제시했다. 한미가 세계 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연설 도중 58번이 박수가 쏟아졌다. 이 가운데 23번은 기립박수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 D.C. 미 의회 상·하원 합동의회에서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i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을 주제로 연설했다. 키워드는 '자유'였다.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46번 언급됐다. 분당 한 차례 이상 짚은 셈으로, '자유'가 35차례 등장했던 지난해 5월10일 대통령 취임사를 넘어섰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미동맹, 韓 자유·평화 지키고 번영 일군 중심축"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전쟁을 거론하며 한미동맹 70주년의 의미와 역사를 되짚었다. 

윤 대통령은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의,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치른 희생은 너무나 컸다"면서 "대한민국은 우리와 함께 자유를 지켜낸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 새로운 동맹의 시대를 열었다"면서 "전쟁의 참혹한 상처와 폐허를 극복하고 번영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미국은 우리와 줄곧 함께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오늘날 우리의 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함께 번영해 나가고 있고, 우리 두 나라는 그 누구보다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면서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궈 온 중심축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미 양국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힘을 모아왔다"며 "대한민국은 2차 대전 후 아프간, 이라크 등지에 '자유의 전사'를 파견해 미국과 함께 싸웠다"고 말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에게 사인해 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미, 일방적 지원서 상호 호혜적 협력 관계로 발전"

윤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도 한미 양국이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초기의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상호 호혜적인 협력 관계로 발전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텍사스주 오스틴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조지아주 브라리언 카운티 현대차 공장 등을 열거하며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 행정부와 의회가 추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 등으로 한국 기업이 받는 불이익이 현실화하는 상황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향후 4년 동안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의 투자유치 계획을 밝힌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기업 넷플릭스를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고, 한국이 ‘오징어 게임’과 같은 킬러 콘텐츠를 생산해 공급하는 새로운 양상의 시너지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반지성주의로 법 지배 흔들려…거짓 위장 세력과 싸워야"

윤 대통령은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로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만큼, 이에 맞선 '자유 연대'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지난 4·19 기념사와 궤를 같이 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법의 지배마저 흔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와 땀으로 지켜온 소중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1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北 위협 대응 위해 한미 이어 한미일 협력 가속해야"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북한의 무력도발을 지목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레이건 대통령이 말한 바와 같이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 있으며,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는 것을 북한에게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며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도 언급하면서 "북한이 하루빨리 도발을 멈추고, 올바른 길로 나오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에 나설 경우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북한 주민의 비참한 인권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의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의 참상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삼성전자 입주 건물이 파손된 채로 방치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우크라 무력 공격 러시아 규탄…파트너들과 협력 확대"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로 규정하며 규탄하는 등 국제사회를 향한 당부의 메시지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감행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대한민국은 자유세계와 연대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고, 이들의 재건을 돕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도·태평양 지역 내 규범 기반의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주요 파트너들과 협력을 포괄적이고 중층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연설한 것은 이번이 일곱 번째이자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미국을 실무방문해 미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