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늘어도 못 웃는 카드사들…5곳 순익 22% '뚝'
1분기 승인액·건수 늘어…해외여행·관광객 증가 영향 신한·삼성 등 매출 성장했지만…대손비용 탓 순이익↓ 연체율 '고공행진' 계속…"부진 계속, 비용관리에 주력"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정우교 기자] 1분기 신용카드 이용액이 늘었지만 카드사들은 오히려 울상을 짓고 있다.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감소해서다. 고금리 여파로 그간 연체율이 상승했고, 카드사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손비용을 추가로 쓴 탓이다. 업계에선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신용카드 이용규모는 눈에 띄게 불어났다. 여신금융협회는 1~3월 카드 승인액, 승인건수가 각각 277조5000억원, 63억7000만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5%, 11.9% 증가한 수준이다. 이 기간 해외여행이 정상화됐고, 국내외 관광객이 늘면서 관련 매출이 뛴 게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각 카드사 영업수익(매출액)도 덩달아 늘어났다. 신한카드는 영업수익이 18.5% 증가했고, 삼성카드도 11.7%, KB국민카드도 16.8% 성장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비용(판관비 등)을 늘리고 대손비용을 늘리면서 순익은 오히려 곤두박질쳤다. 특히 각 카드사의 대손비용 규모가 확연히 불어났다.
신한카드는 작년 1분기 대비 31.3% 더 쌓았으며 △삼성카드(84.1%) △국민카드(73.5%) △우리카드(68.9%) △하나카드(161.8%)도 대손비용을 추가 적립했다. 5곳의 대손비용은 모두 7665억원으로 1년 만에 66% 불어났다.
이를 반영한 순익은 신한카드가 1667억원 △삼성카드 1455억원 △국민카드 820억원 △우리카드 460억원 △하나카드 202억원이다. 회사마다 순익이 5~63% 줄었다.
업계에선 부진이 2분기에도 이어지겠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체율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1분기 연체율은 △신한카드 1.37% △국민카드 1.19% △삼성카드 1.10% △우리카드 1.35% △하나카드 1.14%로 모든 회사가 1%를 웃돌았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롯데, 현대카드의 작년 연체율은 각각 1.15%, 1.00%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대출차주의 상환여력이 인플레이션으로 나빠진 상황에서 카드 대출금리마저 높아진 결과다. 이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 잔액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국민·우리·하나·현대·롯데)의 3월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6343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1.59% 불어났다.
카드론은 36조8429억원, 리볼빙은 7조2095억원으로 같은 기간 0.05%, 2.38% 감소했다. 전월에 비해 소폭 줄었지만, 작년 3월과 비교하면 2.37%, 15.50%나 증가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현금서비스 잔액도 1년 만에 3.03%나 늘었다. 세 상품의 금리가 모두 높고, 특히 리볼빙의 경우 고객이 결제를 미루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수료가 불어나면서 자칫 연체율을 자극할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2개월 만에 3%대(3.7%)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대출차주의 상환여력도 여전히 낮은 편이다. 또한 2월 은행 연체율이 0.36%로 30개월 만에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도 카드사의 연체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카드사들이 2분기에도 영업보다 건전성 관리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한 관계자는 "수익성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하지만, 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임엔 틀림없다"라며 "1분기 영업 확대 속에서도 연체율 상승에서 부실이 우려되기 때문에 대손비용 추가로 늘리거나 판관비 등 여타 비용을 보수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