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배터리경쟁 '셈법' 복잡해진 이유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양분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양국 업계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5일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2위는 중국 CATL과 BYD가 차지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3위로 전년 동기 대비 한 계단 내려앉았다.
CATL과 BYD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35.0%와 16.2%로 집계됐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p) 떨어진 14.5% 점유율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총 배터리 사용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5% 늘었지만 BYD의 배터리 사용량이 무려 115.5% 급증하면서 추월했다.
이어 전기차 전문기업 테슬라의 파트너인 일본 파나소닉이 점유율 9.0%로 4위를 유지했고 SK온이 전년 동기 대비 1.7%p 하락한 5.3% 점유율로 5위, 삼성SDI가 0.5%p 상승한 점유율 4.9%로 6위에 자리했다. 7~10위는 CALB, 궈시안, EVE, 신왕다 순으로 모두 중국 업체들이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국내 3사의 점유율 총합은 26.0%에서 24.7%로 1.3%포인트 하락했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발을 넓히면서 위협하는 모양새다.
특히 BYD는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기차까지 직접 생산하는 기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SNE리서치는 “BYD는 가격 경쟁력 우위로 중국 내수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며 “유럽에 이어 곧 한국 시장까지 진출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중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력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3사가 집중해온 삼원계 배터리 대비 에너지밀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성능이 개선되고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완성차 기업이 늘고 있다.
이에 국내 3사도 LFP 배터리 개발에 착수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3조원을 투자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했으며 SK온은 기존 LFP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한 시제품을 선보였다. 삼성SDI도 LFP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 한 상태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뤄진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고성능 LFP 양극소재·전해액·셀 제조기술 개발 사업을 통해 세계 최고 성능을 구현한 LFP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2026년까지 총 233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와 민간이 각각 164억원, 69억원을 예산으로 설정했다. 참여 기업은 삼성SDI, 쉐메카, 에코프로비엠, 동화일렉트로라이트, 씨아이에스 등이며 국내 대학·연구기관과의 협력도 진행한다.
배터리 완제품 경쟁은 한층 치열해진 반면 소재 공급망 차원에서는 한-중 협업의 고리가 강화되고 있다. 한국은 중국 업계의 중간재 가공 역량을 활용하고 중국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따른 글로벌 시장 진출 장벽을 우회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증대하고자 함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중국 절강 화유코발트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10만t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짓는 내용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으며, SK온과 에코프로는 중국 거린메이(GEM)와의 합작법인 GEM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를 설립하고 최대 1조2100억원을 들여 연산 5만t 수준의 전구체 공장을 새만금에 세우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도 화유코발트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해 포항에 전구체와 음극재 생산라인 건설할 계획이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중국 신왕다와 협약을 통해 기존 분리막 제품 공급을 범위를 IT·전자제품에서 전기차 배터리용까지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