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대만으로...4대 금융그룹들 해외 협업 잰걸음
5일 폐막한 'ADB 총회' 기폭제…업무협약 잇따라 발표 한일·한중관계 변화 기회…개인·기업금융, 디지털 중점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정우교 기자] 4대 금융그룹(신한, KB, 우리, 하나)이 최근 해외 금융사들과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개인·기업 금융,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장차 해외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그룹과 은행 계열사들은 이번 달 해외 금융사들과의 협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협업의 대상국은 △일본 △중국 △대만 △인도 등으로, 최근 폐막한 ADB 연차총회가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ADB 연차총회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사회 개발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2일부터 5일까지 인천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이후 4년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만큼, 어느 때보다 교류가 활발했다는게 업계의 후문이다. 우선 신한은행은 지난 3일 도쿄 키라보시 금융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디지털 금융 사업 확대 등을 담은 업무협약을 맺었다.
도쿄 키라보시 금융그룹은 일본 수도권 개인고객,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엔 디지털전문은행 'UI 뱅크'를 론칭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2020년 4월 일본에 세운 자회사 'SBJ DNX'로 UI뱅크 내 클라우드 뱅킹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또한 몽골 최대 은행인 '칸은행'(Khan Bank)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칸은행은 1991년 설립된 곳으로 몽골 전 지역에 540여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신한은행의 디지로그 브랜치를 벤치마킹한 디지털 특화점포 'Digi-Go'를 몽골 현지에 세우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일본의 미쓰이스미모토 신탁그룹, 대만의 중국신탁상업은행과 업무협약을 각각 맺었다. 일본 미쓰이스미모토 신탁그룹은 총 자산 70조엔으로 일본 4대 금융그룹에 속한다.
이곳은 100년 역사를 지닌 미쓰이스미모토 신탁은행 외에도 자산운용, 투자금융 등을 이어오고 있는 곳으로 하나은행과는 2014년부터 교류해오고 있다. 특히 작년 12월 하나은행의 자회사 'GLN인터내셔널'이 전략적 투자 유치를 받기도 했다.
중국신탁상업은행은 대만 최대 은행 중 하나로, 양측의 글로벌 네트워크, 핵심 영업 역량을 결합한다는게 협약의 주된 내용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점포 상호 지원 △신규 사업 기회 공동 발굴 △사업 노하우 공유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KB금융은 연차총회를 기념하기 위해 4일 칵테일 리셉션을 열었다. 이 자리엔 전 세계 50여개 기관에서 금융정책, 투자 의사를 결정하는 핵심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KB금융에서도 윤종규 회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등 그룹·계열사 경영진 70여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글로벌 경영 환경, ESG·디지털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기업금융, 자본시장 협력방안을 이야기했다. 특히 인도 인디아스테이트은행과는 '원화-루피아화 상호 커미티드 라인 약정 체결'을, 대만 중국신탁상업은행(CTBC Bank)과는 '글로벌 시장 내 한국-대만기업 대상 채권 발행 시장(DCM), 주식 발행 시장(ECM), 신디케이션론 영업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는 '증권·자산운용을 중심으로 미국 내 우수한 상품을 한국의 투자자에게 공급하는 OTD모델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KB금융은 웰스 파고(Wells Fargo), 맥쿼리(Maquarie), 블랙록(BlackRock), 소시에테 제네랄 (Societe Generale), 미쓰비시 UFG(MUFG) 등 16개 글로벌 금융사와도 별도 미팅을 가졌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의 경우 이번 연차총회에서 '원비즈플라자' 테마 부스를 설치했다. 원비즈플라자는 작년 9월 우리금융이 금융권 최초로 출시한 공급망 금융 플랫폼이다. 공급망 금융이란 중소·중견기업에 운전자금을 안정적이고 빠르게 지원해 공급망 전반(원자재 조달, 제품 생산 등)을 최적화하는 서비스다.
기업은 원비즈플라자를 통해 구매업무를 디지털 기반 전자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번 ADB연차총회에서는 원비즈플라자에 관심을 보인 국내외 기관들의 상담·협의를 가졌다는게 관계자의 이야기다.
한 금융그룹의 관계자는 "금융사들은 코로나 이전부터 해외 금융사들과 협업을 이어왔다"라며 "이번 ADB 연차총회가 3년만에 대면으로 열리다보니, 교류의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라고 했다.
이어 "특히 한일·한중 관계가 과거와 달라진 만큼 현지 영업, 디지털사업에 방점을 두고 협력하려고 한다"라며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8~12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을 방문해 해외 IR에 직접 참여하고 금융사 해외진출을 지원한다. 이 자리엔 국내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증권사, 보험사 사장들도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