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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실적이 왜 이렇게 좋지'...10년간 IFRS17 주도한 금감원 ‘비겁한 변명’

보험사 최대 실적 ‘해명’...뒤늦게 가이드라인 마련 중

2023-05-23     박재찬 기자
보험사/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9·17) 도입 이후 보험업계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변명에 나섰다. 10여년째 IFRS17 도입을 주도하고 감독한 금감원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IFRS17 설명회를 열고 보험사의 올해 1분기 최대 실적에 대해 해명했고, 이보다 앞서 보험사 23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간담회를 열고 이달 중순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보험사의 최대 실적을 금융당국이 해명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반응이다. 또 일각에서는 IFRS17 도입을 수년째 주도하고 첫 실적 발표 이후에서야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는 것은 금감원의 무능을 자인하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보험사의 순이익은 5조2300억원(개별 재무제표 기준) 수준으로 추정됐다. 구체적으로는 생명보험사 2조7300억원, 손해보험사 2조5000억원 수준이다.

IFRS17 도입 이후 첫 실적을 발표한 보험업계의 순이익이 올해 7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에 금감원은 보험업권 재무·손익변동 요인 등 새 회계제도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IFRS9·17이 보험사들의 이익 부풀리기에 이용됐다는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원칙중심의 새 제도에 맞춰 결산했고, 이익을 내야하는 금융사가 좋은 실적을 달성한 것일 뿐인데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나서서 해명까지 나서는 것은 모순이라는 반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금융당국의 우려와 달리 IFRS17 도입으로 회계 기준의 자율성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이 기록했다”며 “보험사들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문제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기존 회계제도는 수취한 보험료를 그대로 보험수익으로 인식하는 현금주의를 적용했으나 현재의 IFRS17에서는 보험계약으로부터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해 현재가치로 환산하게 한다. 이에 따라 수익성 지표로 도입되는 CSM(계약서비스마진)이 보험사들 스스로 결정한 손해율, 해약률 등 계리적 가정을 산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23개 보험사 CFO와 간담회를 열고 실손보험의 손해율 가정이나 무·저해지 보험의 해약률 등 주요 계리적 가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이달 중순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차수환 금감원 부원장보는 “세부 가이드라인으로 보험사들이 주요 항목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가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보험사간 간 비교 가능성 및 재무제표의 신뢰성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금감원의 뒤늦은 노력에도 비난의 화살은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IFRS17 두껑을 열어본 결과 그동안 금융당국의 우려와 정반대의 실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IFRS17은 지난 10여년 전인 2013년부터 금융당국의 주도로 도입된 제도다. 기존에는 2021년 도입 예정이였지만, 2022년으로 1년 연기된데 이어 추가로 1년이 더 연기되면서 올해 도입됐다. 제도 도입 준비기간이 긴 만큼 금감원은 IFRS17에 맞춰 신지급여력제도(K-ICS, 킥스)를 마련하고 수시로 각 보험사의 건전성 등 역량평가를 하며 제도를 준비해왔다. 금융당국은 IFRS17 도입 시 주요 보험사들의 부채 급증으로 건전성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막상 첫 실적을 열어보니 보험사들은 최대실적을 기록했고, 우려했던 CSM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결국, 지난 10여년간의 금감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수년간 IFRS17을 주도적으로 준비해왔는데, 제도가 도입되고 첫 실적이 발표된 이후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는 것은 지난 10여년 간의 금감원의 무능을 자인하는 꼴이다”라며 “IFRS17과 K-ICS는 자율적 회계와 투명한 재무건전성 관리를 기대하고 도입한 제도인데 한국의 IFRS17은 첫 발부터 자율과 투명을 모두 잃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