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이자이익 942억원...깜짝 실적 속 전망치 하회
이자이익 감소로 실적 추정치도 하향...'수익성 부담'
금융비용 부담 확대...이자율보다는 부채 증가 영향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한국투자증권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한국투자증권의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금리 안정화 국면에서도 이자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금융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이자이익은 924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전 분기 대비 각각 약 47.5%, 3% 감소했다.

이자수익이 1분기 4917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전 분기 대비 각각 58.7%, 13.5% 증가했지만, 이자비용이 399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98.7%, 18.2% 더 크게 증가해 이익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이자이익은 지난해 2분기부터 감소세다. 이자이익은 2분기 2021억원을 시작으로 3분기 1707억원, 4분기 954억원, 올해 1분기 942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이자 수익이 58.7% 증가에 그친 반면, 이자비용은 198.7% 급증했다.

통상 증권사들의 이자비용은 차입부채 규모와 이자율 변동 등에 영향을 받는다. 쉽게 말하면, 부채 규모가 커지거나 이자율이 높다면 이자비용이 더 발생하는 구조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의 올 1분기 별도기준 차입부채는 전년 31조5332억원에서 37조2700억원으로 약 18.2% 늘었다. 이 기간 발행어음 규모가 1조1448억원(10.4%) 증가했는데, 발행어음 이자율이 2.43%에서 4.23%로 증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차입부채는 다양한 요소가 반영돼 산출되기 때문에 총 규모와 이자율만 보고 판단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다만 부채 규모와 이자율이 가장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큰 틀에서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자비용이 재차 증가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금리가 안정화되는 상황에서도 이자이익이 감소하면서 수익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 1분기 한국투자증권은 거래대금 증가와, 금리 하락 영향으로 운용 부문 이익이 확대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연결 기준 1분기 당기순이익은 26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소폭 감소했지만,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시장 전망치도 20% 이상 웃돌았다.

다만 이자이익은 기존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유안타증권은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별도 기준 이자이익이 전망치 대비 400억원 가량 하회했다고 진단하며 이익 훼손을 반영해 내년 지배주주순이익 추정치를 약 5.5% 하향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자금 경색이 해소됐음에도 조달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라며 "근본적인 이익 체련 개선을 위해서는 이자이익 회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조달비용 증가로 금융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경쟁사 대비 조달비용 총량이 높은 편인데, 이에 따라 자본완충력 관리 부담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한국기업평가는 올 3월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조달규모 증가와 국내외 PF(프로젝트파이낸싱), 비상장주식 투자 확대, 대규모 파생결합증권 조달·운용 등이 이어지며 자본완충력 관리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해부터 수익성과 자본적정성이 크게 저하된 가운데, 위험자산 확대가 자산건전성 지표에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위험투자 확대 추이까지 고려하면 자본적정성 지표 추이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금리 상황이 지난해 4분기보다 올 1분기가 더 좋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자비용 증가의 주 원인은 이자율보다는 차입부채 총량 증가로 보인다"며 "이는 한국투자증권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차입부채는 법과 규정상 정해진 한도 내에서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며 "건전성을 해치면서까지 과도하게 운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올 1분기 실적에서 IB 부문도 부진하면서 고심을 더하고 있다. 1분기 세전 기준 IB 부문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1547억원에서 613억원으로 6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산관리·위탁영업, 자산운용 순이익이 83.3%, 93.2%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인 성과다.

더욱이 증권가에서는 올해 2분기부터는 SG증권발 폭락사태 영향으로 CFD(차액결제거래) 충당금 적립, 투자심리 악화 등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 역시 이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절대적인 조달규모가 큰 것은 맞지만 그동안 우수한 수익창출력으로 이러한 우려를 방어해왔다"며 "다만 조달을 통한 투자 과정에서 위험값이 반영되기 때문에 자본적정성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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