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만난 尹대통령 'EU 무역입법, 韓 기업 차별 없게 해달라'
엘리제궁서 2시간 동안 회담…경제 안보 공조 등 논의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신규 무역 입법 조치가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오후 프랑스 파리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한-프랑스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차장에 따르면 두 정상은 파리 엘리제궁에서 2시간 동안 회담했다. 이는 한·프랑스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한 공동언론발표와 함께 오찬을 겸한 회담, 단독 회담 순서로 진행됐다.
김 차장은 “프랑스 측은 공식 환영식 오찬, 환송 시 군악대 연주 등 제한된 시간 내 사실상 국빈에 준하는 대우를 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공식 양자 방문 형식 아님에도 양국 정상회담이 개최된 것은 과거 우리 정상의 국제기구 참석을 위한 프랑스 방문 전례에 비춰 보면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 안보 공조와 미래 전략산업 분야에 대한 실질적인 협력을 심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특히 지난해 최대치를 기록한 양국 간 교역을 더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차전지와 배터리 등 첨단분야를 중심으로 한 상호 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한국우주항공청(KASA) 설립을 계기로 한국과 프랑스 간 우주 협력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프랑스 에어버스와 한국기업 간 우주 협력을 늘리기로 했다. 세계적인 항공·방산기업인 에어버스와 한국기업 간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수소에너지 등 청정에너지 기술 협력과 미래세대를 위한 청년 스타트업 교류협력도 늘려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사이버 안보 협력도 다짐했다. 북한의 불법 사이버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양국 정보당국이 긴밀히 공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로 했다. 이 밖에도 두 정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며 잇달아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을 규탄,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두 정상은 차기 안보리 상임이사국(프랑스) 및 비상임이사국(한국)으로서 국제 안보 문제에도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가치를 공유, 개방성과 포용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협력 가능성이 크다는 데 공감하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중국을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미국의 '디커플링(분리)' 또는 '디리스킹(대중국 의존도 완화)'에 대해 "양국 정상은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특정 품목을 의존하는 것을 경감시키고 공급망의 다변화를 꾀하면서 우방국들이 서로 공조하자는 데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디커플링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정치·외교적으로 그렇게 맞는 표현은 아니다"라며 "프랑스를 포함해 많은 나라가 공감한다. 다만 공급망의 다변화는 자국의 경제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은 프랑스도, 우리나라도 똑같이 느낀다"고 말했다.
아울러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강하게 비판했던 것에 대해선 "미국이 시행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입법은 프랑스나 유럽국가가 그 법안의 취지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파급효과로 인해 자국의 경제안보 이익을 저해하는 결과가 오지 않을까에 염려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이는 한국이 걱정하는 부분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의 공통 관심사인 '연금 개혁'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프랑스 내 찬반 논쟁이 격렬해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