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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가격 인하에도…풀무원·하림·오리온, '계획없다' 이유는?

"원가 압박에도 제품가 인상한 적 없어"

2023-06-29     천소진 기자
서울 한 대형마트의 과자 매대.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라면을 시작으로 제과, 제빵 등 식품업계의 릴레이 가격 인하가 시작된 가운데 풀무원, 하림, 오리온 등 가격을 내리지 않은 업체들이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국제 밀 가격 안정세와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의견은 공감하지만, 기존에도 가격을 인상한 적이 없고 다른 원부자재 가격 압박도 심해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과 하림산업은 라면 가격 인하와 관련해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라면 사업 선발주자인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등이 가격을 일제히 내린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풀무원은 로스팅 건면 ‘정·백·홍면’, ‘로스팅 짜장면’, ‘로스팅 짬뽕’, ‘로스팅 돈코츠 라멘’ 등을 판매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밀가루 가격이 폭등하던 시기에도 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며 “라면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만큼 인하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풀무원이 라면 가격을 올린 것은 2021년이 마지막이다.

하림산업도 같은 해 ‘더미식 장인라면’ 출시 후 가격을 인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밀가루 외 액상스프에 들어가는 원재료 가격 상승 및 환율 급등으로 원가 상승 압박이 계속됐으나 인상을 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제과업계 중에서는 오리온이 가격 인하에 동참하지 않았다.

오리온은 2013년 이후 9년간 전 제품 가격을 동결해 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9월 60개 생산 제품 중 16개 제품만 가격을 인상했으며, 기존 30여 개 제품에 대해서는 10년 이상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일각에서는 오리온이 가격을 내리는 대신 제품을 증량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허인철 부회장이 오리온으로 온 2014년부터 오리온은 가격 대신 중량을 조절하며 이익률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도 제조원가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p 이상 오르는 등 원가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원부자재 가격 등 원가가 안정화되면 제품의 양을 늘리거나 제품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기존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제빵업계에서는 아직 CJ푸드빌이 가격 인하를 결정하지 않았다. 경쟁사인 SPC가 전날 가격 인하를 전격 발표했지만 CJ푸드빌은 여전히 내부적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리온 제품 이미지 모음. 사진=오리온 제공

한편 식품업계의 제품 가격 인하는 농심을 시작으로 전방위로 확산됐다.

농심은 지난 27일 ‘신라면’(봉지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다음 달 1일부터 각각 4.5%, 6.9% 인하하기로 했으며, 삼양식품도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낮추기로 했다.

이후 오뚜기가 ‘스낵면’(5개 포장), ‘참깨라면’(4개 포장), ‘진짬뽕’(4개 포장) 등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한다고 밝혔다. 팔도 역시 ‘일품해물라면’, ‘왕뚜껑봉지면’, ‘남자라면’ 등 11개 제품에 대해 평균 5.1% 내렸다.

롯데웰푸드, 해태제과 등 제과업계도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롯데웰푸드는 ‘빠다코코낫’, ‘롯샌’, ‘제크’ 등 총 3종을 편의점 기준 100원 낮추기로 했으며, 해태제과도 ‘아이비’ 오리지널 가격을 10% 인하한다.

제빵업체인 SPC도 식빵류와 크림빵, 바게트 등 30개 품목을 평균 5% 내리며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업계의 이 같은 가격 인하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 밀 가격이 하락세임을 언급하며 주요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하를 권고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업계가 국내 밀가루 가격이 비싸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하자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가 제분업계까지 가격 인하를 설득하고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