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잔치' 해명 나선 은행연합회 '은행 수익성 저조…충격 대비 위해 더 높여야'
29일 간담회 "국내 타 업권보다도 지표 낮아…금융위기 이전 절반" 박창옥 상무 "국내 은행주, 고질적 저평가…섹터 중 최하위권 기록" "비이자수익 강화, 해외진출로 자금조달 개선 必…규제 완화 기대"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은행연합회가 국내 은행산업의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동안 은행의 대출자산과 자기자본은 크게 늘었지만 순이익이 이에 못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등 주요국 은행, 국내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29일 은행연합회는 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이슈를 다뤘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금리인상기 은행들이 거둔 이익이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의식한 듯 은행업에서 수익성이 갖는 의미가 크지만 실제로는 저조한 수준이라고 강조했고 △비이자수익 강화 △해외진출 등도 필요하다는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발표자로 나선 박창옥 은행연합회 상무이사는 "은행의 대출자산은 2007년 989조원에서 작년 2541조원으로 약 2.5배 성장했다"라며 "(은행의)자기자본도 같은 기간 96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256조9000억원으로 2.6배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간 순이익은 15조원에서 18조6000억원으로 24% 느는데 그쳤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ROE, ROA 등 수익성 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말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자기자본으로 얼만큼의 이익을 냈는가를 나타내며, 총자산수익률(ROA)는 총자산(부채+자본)으로 얼마나 많은 순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박 상무는 두 수익성 지표가 해외 주요국 은행, 국내 금융업권과 비교해도 낮다고 짚었다. 박 상무는 "이에 따라 국내 은행주는 주식시장에서 '고질적인 저평가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시장 여건에 따라 자본시장을 통한 우호적인 조건의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수익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실제 연합회에 따르면 은행업의 주가이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6.75배, 0.49배로 증권시장 내 여러 섹터들 중에서 최하위권을 기록 중이다. 또 두 지표는 지난 10년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박 상무는 은행산업은 △자금중개 △지급결제를 담당하는 '기간산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금융시장과 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하는게 은행의 본질적인 역할이자 책무다"라고 했다. 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충격에 대비해 자금·자본을 안정적으로 확보·유지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수익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게 그의 이야기다.
간담회에서는 은행들이 그간 시장에 충격을 줬던 사태를 어떻게 대응했는지도 거론됐다. 박 상무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프로그램 △레고사태 95조원 유동성 공급 △새마을금고 뱅크런 우려 시 6조원 이상 유동성 공급 △5대 은행, 수출기업 경쟁력 강화 위해 약 5조4000억원 자금 공급 등을 일례로 들었다.
또 서민금융상품(새희망홀씨, 햇살론15 등)을 운영하고 중금리 신용대출 공급을 확대하는 상생금융 정책을 전개해왔으며 은행권 청년창업재단(디캠프)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펼쳐왔다는 것도 언급됐다.
박 상무는 간담회에서 수익성을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 은행의 비이자수익 비중을 높여야하는데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올 5월 금융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과 맞닿아 있는 의견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시 TF에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제시한 비이자수익 확대 방안인 △벤처투자 확대 △신탁업 혁신 △투자자문업 활성화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은행들의 해외진출에 대해서도 박 상무는 거론했다. 그는 "국내 실물경제가 해외진출을 할 때 외국계 금융회사에만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은행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다"라면서도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제선진국임에도 국내 은행산업 경쟁력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이를 강화하기 위해선 자금조달 능력을 높이는게 매우 중요하다"라고 짚었다.
이와 함께 "과거 은행의 해외진출에 규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라며 "금융당국에선 이러한 규제를 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상무는 금융당국의 규제 개선이 본격화되면 은행의 자금조달이 향상되고, 이는 곧 수익성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