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흔드는 요인들...자금 부족에 업황 악화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HMM 인수전은 LX그룹, 하림그룹, 동원그룹의 3파전으로 좁혀져 이달부터 2개월간의 실사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벌써부터 유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각 기업이 보유한 ‘자금력’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해운 업황도 심상치 않다.
1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하림·LX·동원이 노리는 인수 시너지는 분명하다. ‘물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다.
하림은 국내 최대의 벌크 선사인 팬오션을 보유하고 있고, LX는 물류 대행사 LX판토스를, 동원 역시 물류 계열사 동원로엑스를 갖고 있다. 어느 기업에서 인수해도 HMM의 주력인 컨테이너 및 벌크 사업과 관련성이 깊어 기존 사업의 확장 및 신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3사 모두 HMM을 인수하기엔 자금력이 부족하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LX 2조5000억원, 하림 1조5000억원, 동원 6000억원 수준이다. HMM의 매각 가격이 최소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금융기관 등 조력자의 등판 없이는 자력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슷한 시점에서 글로벌 해운업황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도 LX‧하림‧동원의 HMM 인수 작업을 흔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8일 기준 999.25를 기록했다. SCFI가 1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7주 만이다.
따라서 업황 악화와 HMM 인수 후보들의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맞물려 자칫 매각 입찰이 유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찰이 되면 HMM의 몸값이 낮아지면서 매각 조건이 좋아져 새로운 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실제 2008년에 몸값이 6조원대였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은 올해 한화그룹에 2조원에 팔렸다. 2019년 HDC현대산업개발이 2조5000억원으로 인수를 시도했던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이 1조5000억원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인수가로 거론되는 ‘최소 5조원’ 이상이 중견 기업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높다는 얘기도 일부 있다”면서 “유찰이 되면 가격이 낮아지면서 인수 측 부담을 줄여 매각 성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