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1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열린 명예 공학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답례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1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열린 명예 공학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답례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동원그룹이 오늘날 세계 최대의 참치 회사가 되기까지는 일찍이 바다의 중요성을 간파한 김재철 명예회장의 예지력도 한몫했다.

김 명예회장은 지난 2000년 저서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에서 “지도를 뒤집으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을 발판 삼아 드넓은 태평양의 해원을 향해 솟구치는 모습”이라고 역설하며 세계지도를 거꾸로 보길 권했다. 실제 그는 회사 곳곳에 ‘거꾸로 세계지도’를 걸어둬 임직원들에게 창의와 혁신을 발휘하길 주문한다.

거꾸로 된 세계지도에선 동원그룹이 참치처럼 전 세계를 헤엄친다. 적어도 동원이 한반도를 미래로 이끌 교두보가 되길 바라는 김 명예회장의 시선에선 그렇다. 서른넷의 나이로 바다에서 회사를 일군 원양 어선 선장 출신이자 어느덧 아흔을 앞둔 백전노장은 여전히 세계시장에 진취적으로 도전하고자 ‘HMM 인수’라는 출사표를 던졌다.

HMM 인수에 뛰어든 김 명예회장에게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지난 19일 서울 사근동 한양대에서 열린 명예공학박사 학위 수여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그는 “바다에서 이룬 회사인 동원이 HMM을 잘 운영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동원그룹은 HMM 인수를 두고 LX그룹‧하림그룹과 경쟁하고 있다.

김 명예회장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HMM을 기어코 품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배경에는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동원은 지난 2008년 적자에 허덕이던 스타키스트를 전격 인수, 참치 사업 간 시너지를 창출하며 단 몇 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시키는 비즈니스를 보여준 바 있다.

변수는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어업을 주력으로 하는 동원에 대한 투자자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21일 한 업계 관계자는 “수산물 가격 변동이나 소비 감소 등에 대한 복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동원이 HMM 인수에 제대로 신경을 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어업 살리기에 총력전을 펼치는 만큼 오히려 동원이 HMM 인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김 명예회장의 아들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LX‧하림과의 경쟁보다는 HMM을 인수한 이후 어떻게 성장시켜 경쟁해 나갈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3파전으로 좁혀진 인수전에 대해 자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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