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영장 기각에 '檢수사 동력 약화'…민주당은 '친명체제' 강화 후폭풍
李 "상대 죽이는 전쟁 벗어나 국가와 국민 위한 진정한 정치해야" 법원 "혐의다툼 여지…방어권 보장"…서울구치소 나와 녹색병원으로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선년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에 따라 전날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이 대표는 27일 오전 3시50분께 구치소에서 풀려나 치료받던 녹색병원으로 돌아갔다.
이 대표는 구치소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께 먼저 감사드린다. 역시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치란 언제나 국민의 삶을 챙기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것이란 사실을 여야, 정부 모두 잊지 말고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팡이를 짚은 채 준비된 검은색 차를 타고 녹색병원으로 돌아갔다. 전날 오전 10시7분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지 약 18시간 만이다.
이날 서울구치소 앞에는 민주당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정청래·고민정·박찬대·서영교·장경태 최고위원 등이 일찌감치 이 대표를 기다렸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연 데 이어 이날 새벽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고,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과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선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선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 대해선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해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민주당은 ‘친명(친이재명) 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이 대표를 중심으로 총선까지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명계 입장에서는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강화되는 만큼 입지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동시에 현 정부와 여권을 대상으로 ‘정치 탄압’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도 동력이 약해지면서 차질이 예상된다.
다만 이 대표가 법원의 판단으로 구속을 면했지만, 검찰의 공소제기는 사실상 확실시되고 있어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