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MD에 'HBM3' 공급 시작…SK하이닉스 추격
美 AMD의 GPU MI300 시리즈에 들어갈 HBM3 공급 엔비디아와 AMD에 HBM3P 샘플 조만간 공급 계획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의 AMD에 고대역폭메모리(HBM)3 공급을 시작했다. 올해 공급량은 많지 않지만 삼성전자의 HBM 캐파(생산능력)가 크게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부턴 SK하이닉스와 대등한 경쟁구도를 기대할 수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HBM3에 대해 AMD와 공급계약을 한 삼성전자는 최근 제품 공급에 들어갔다. AMD는 삼성전자로부터 HBM3를 받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인 MI300 시리즈를 생산한다.
MI300 시리즈는 인공지능(AI) 서비스에 활용될 고성능 GPU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의 HBM3 뿐 아니라 SK하이닉스의 HBM3가 채용된다. AMD는 지난 6월 MI300을 공개하고, 전 세계 GPU 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냈다.
삼성전자가 HBM3를 AMD에 첫 공급하는 것에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HBM 공급은 HBM2가 대부분으로 주로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가 고객사였다. AMD는 HBM 수요 대부분을 SK하이닉스에 의존해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처리 성능을 높인 메모리반도체다. 복수의 메모리가 단일 반도체인 것처럼 된 반(半) 패키징 제품이다. '챗GPT' 등 생성형 AI의 부상에 힘입어 HBM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TSMC에 보내게 된다. TSMC는 최종적으로 HBM을 GPU에 넣어 패키징한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HBM 5세대 제품인 HBM3P 샘플도 엔비디아와 AMD 측에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삼성전자의 HBM3 공급량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제한된 캐파로 HBM3 공급을 늘리려면 HBM2 생산을 줄여야한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 캐파를 올해 대비 2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감안하면 삼성전자 HBM3의 공급량이 크게 늘어나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부터가 된다. 이때부터 SK하이닉스와 HBM 공급을 두고 본격적인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GPU에 HBM를 넣고 이를 최종 패키징까지 하는 이른바 턴키(일괄 수주) 방식 서비스를 삼성전자가 올해 수주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를 AMD와 엔비디아에 제안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는 돼야 이같은 턴키 방식 서비스를 수주할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인터포저를 사용해 로직칩 옆에 HBM을 나란히 붙여 GPU를 생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