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HBM 투자 늘려 AI 서버 시장 대응
삼성전자 '캐시 D램' 개발…엣지단 데이터처리↑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미국의 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쫓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HBM 생산을 위해 대만에서 후공정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HBM3 2세대(Gen 2)부터 HBM 사업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와 같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이 HBM을 주문하면, 마이크론은 대만에서 이를 만들어 TSMC에 보내게 된다. TSMC는 최종적으로 HBM을 GPU에 넣어 패키징한다.
TSMC는 칩온웨이퍼 온서브스트레이트(CoWoS)를 하는 공장을 대만 신주, 타이난, 롱탄, 타이중 등 여러 곳에 갖추고 있다. CoWoS는 서로 다른 칩을 인터포저를 통해 하나로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7월 D램을 8단으로 쌓은 24기가바이트(GB) HBM3 2세대 제품 샘플을 고객사에 보냈다. 샘플을 받은 업체는 엔비디아로 추정된다.
마이크론에 따르면 이 제품은 초당 최대 1.2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전송한다. SK하이닉스가 최근 개발한 HBM3E와 속도를 비슷하게 구현했다. SK하이닉스의 HBM3E의 초당 데이터 전송 속도는 1.15TB 이상이다.
마이크론 HBM3 2세대에는 1β(1베타) 공정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1α(알파) 공정 대비 전력 소모를 15% 줄이고, 비트 밀도를 35% 이상 높였다는 게 마이크론의 설명이다.
마이크론의 HBM3 2세대 공급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공급이 이뤄지더라도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당분간 SK하이닉스는 이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엔비디아에 HBM3E 샘플을 공급했다. HBM3E는 HBM3의 확장(Extended) 버전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3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내년초 엔비디아로부터 HBM3E 인증을 받는다는 계획"이라며 "이에 따라 내년초부터 HBM3E의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HBM 공급을 늘리는 데 고삐를 죄고 있다. 삼성전자는 AMD에 이어 엔비디아로부터 HBM3에 대한 최종 품질 승인을 최근 받았다. 4분기부터 공급을 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적어도 올해 3분기까지 HBM3 공급에서 독주 체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이 얼마나 좁혀질지도 관심사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인기로 HBM 수요가 늘면서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은 30%를 돌파했다. D램 점유율 1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간 격차가 10년 내 가장 근소한 수준으로 좁혀졌다.
한편 삼성전자는 일반적인 D램과 고부가 D램인 HBM의 중간 영역을 공략하기 위해 캐시(cache) D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르면 2025년부터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캐시 D램의 데이터 입출력(I/O, Input/Output) 숫자는 256개다. I/O가 많아지면 데이터의 처리속도와 효율이 높아진다.
모바일에 들어가는 최신 LPDDR5 D램의 I/O 수는 64개, HBM에서 I/O 수는 1024개다. HBM은 I/O 수가 많은 대신 많은 전력 소모와 발열 문제로 수요처가 인공지능(AI) 활용 영역에 한정돼있었다.
캐시 D램은 기기 안에서 엣지단 데이터를 수월하게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컴퓨팅을 엣지 디바이스에 배치해 데이터를 모두 중앙 서버로 보내지 않고 처리하는 '인텔리전트 엣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