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 '정부의 ‘값싼 전기요금 기업 지원’이 원인'
전기요금 조직·인력 감축 수용 대가가 전기료 소폭인상? "한전 희생으로 이윤 취하는 전력산업구조 개편해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희민 기자] 한국전력이 대기업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했지만 부채 탕감엔 별 도움이 안될 전망이다. 대신 자구책으로 본사 조직 축소와 인원 감축 계획을 내놓고 이행을 약속한 터라 부담이 크다.
한전이 8일 단행한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기요금 인상은 김동철 사장이 취임 후 선봰 첫 작품이지만 전리품이라고 하기엔 초라하다. 10월 취임 직후 국감장에서 김 사장은 kWh당 25원 추가 인상을 요구했지만 이번 인상폭은 일부 산업에 대해 10.9원에 불과한데다가 전기요금 인상도 산업용(乙) 요금의 전력량 요금에 한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얻는 한전의 추가 판매수입은 연말까지 4000억 원, 내년 1년간 2조8000억 원에 불과해 한전 부채 201조원과 비교하면 조족지혈이다. 대신 한전은 자구노력을 약속한만큼 본사 조직 20% 감축, 사업소 조직 25% 축소, 2026년까지 인력 700명 추가 감축을 이행해야 한다.
물론 한전은 “요금 인상이 이번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일단 숨돌리는 입장이다. 여기엔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총선 전 어렵겠지만 총선이 2분기 초입(2024년 4월)에 치뤄지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지 않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그러나 올해 초 가스공사와 함께 14조 원에 달하는 자구책을 이행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추가 전기요금 인상을 위해 조직과 인력 축소까지 약속했으니 속이 마냥 편하진 않다. 과연 한전의 경영난이 온전히 한전 경영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한전의 경영난은 지분 51%를 가진 산업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억제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한전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 수준을 겨우 벗어났을뿐 적정이윤을 반영한 규모가 아니다. 한전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 평균단가는 4월 기준 kWh당 134.22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력수요자가 구입한 소매가격으로 실제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구입하는 전력도매가격은 그 이상이다. 지난해 12월 전력도매가격은 177.7원/kWh까지 올랐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는 한전의 전력판매 시 역마진 우려까지 번졌다. 비싼 값에 사서 싼값에 파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당연히 한전의 재무구조가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한전의 손해는 한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민간발전사의 경우 한전에 비싼 값에 전력을 판매하면서도 그들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는 전력도매가격보다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구입해 이중으로 이익을 남기고 있다. 한전의 손해를 바탕으로 발전사를 비롯한 기업들이 이익을 보전해왔다.
이는 산업화 시절부터 있어왔던 관행이다. 한국 정부는 에너지가 기업의 원가경쟁력이란 이유로 전기를 싼값에 공급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는 한전의 201조 원의 누적 부채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일각에선 한전이 경영다각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난에 직면한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했다. 한전 김동철 사장은 취임사에서 향후 총매출 30%를 전기요금 외 사업에서 거두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전의 수입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이다. 그러나 한전은 정부로부터 송배전 사업에 집중할 것을 요구받았으며 2021년 대규모 신재생발전사업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따라서 한전 입장에선 현실이 억울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