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 고리 끊자' 저축은행, 잇따른 수신금리 인하
유동성 여유 찾자 고금리 경쟁 일단락...대출 규모도 줄여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렸던 저축은행들이 수신금리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유동성 확보 필요성이 사라지고 업황 악화로 인해 수익성이 줄어들면서 막대한 고금리 이자를 고객들에게 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 대출 규모까지 줄이고 있는데 당분간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에선 금리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의 연결고리를 끊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저축은행들도 이러한 업계의 기조에 동참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리인하로 인해 시중은행과의 수신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저축은행들은 대출자금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24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연 4.05%로 집계됐다. 한 달 전(4.23%)과 비교해 0.18%포인트, 이달 1일(4.12%)과 비교해서는 0.07%포인트 낮아졌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지난 16일부터 12개월 이상 18개월 미만 정기예금 금리를 4%에서 3.9%로 0.1%포인트 낮췄고 다올저축은행 역시 이달 13일부터 12개월 기준 'Fi 정기예금'의 금리를 4.20%에서 4.15%로 0.05%포인트 인하했다. 페퍼가 3.8%, 웰컴이 4.1%, 한국투자가 4.15%, OK가 4.21%의 금리를 제공했다.
저축은행들의 예금금리가 매달 하락하자 시중은행과 금리 격차도 좁혀졌다. KB국민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95%로 가장 낮았다. 나머지 4개 은행은 4.05%로 동일했다.
아직까지 최고 금리 수준은 저축은행이 최고 연 4.60%로 은행권보다 높지만 이런 추세라면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은행보다 낮아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기 예금 금리보다 단기 예금 금리를 더 높게 적용하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신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소비자를 끌어와야 하지만 연체율 악화로 금리인상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당분간 인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업황 부진·비용 부담에 금리 경쟁 STOP
저축은행들의 연이은 수신금리 인하는 자금 유치 필요성이 떨어진 이유도 있다. 올 하반기 연 6~7%대 고금리 특판상품 만기를 앞두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리를 꾸준히 올려왔던 저축은행들이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자 다시 금리를 낮추고 있다. 실제 저축은행 수신 잔액도 지난 5월 114조5260억원에서 완만히 증가해 지난 9월 117조8504억원까지 불어났다.
업황 부진도 저축은행의 수신금리 인하 릴레이의 신호탄이 됐다. 채권과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과 달리 예금으로만 수신고를 채워야 하는 저축은행들은 올해 고금리 경쟁 여파로 인해 실적이 고꾸라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저축은행은 96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8956억원 순이익을 낸 것과 비교해 9918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결국 수신금리를 올릴수록 비용 부담이 점점 커지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지자 부담을 느낀 저축은행들도 금리 경쟁을 멈추고 있다.
올해 대출 축소 기조 역시 저축은행들의 금리인하 원인 중 하나다. 고금리 장기화로 조달비용이 상승하자 업계는 역마진을 우려해 대출 규모를 대폭 줄였다. 저축은행은 수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라 대출이 줄면 수신도 따라서 줄어들게 된다.
◇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방안 찾아야
높은 금리의 상품을 줄이고 자금 이탈 가능성도 낮아졌지만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버티기 위해선 새로운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조달비용은 상승하는데 영업환경까지 좋지 않아 적자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고금리 예금을 내놓더라도 목표 금액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설정하고 목표치를 채우면 바로 금리를 낮추는 방식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금리 경쟁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12월 말에 쏠려있는 저축은행 정기예금 만기를 분산하기 위해 회전식 정기예금 등 단기 상품을 출시하며 연말에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해도 충격이 크지 않도록 대비를 해놓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 만기 되는 대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있다"며 "대출도 많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막대한 이자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예금을 끌어모을 유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