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50% 이상 줄어들며 긴축 경영 돌입
직원 줄이고 금리 낮추는 등 각종 방안 모색
대출 줄이기에 중·저신용자 사채로 몰릴 수도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올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저축은행의 겨울이 한층 매서워질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수신 상품으로 인한 조달 비용 증가와 연체율 상승, 수익성 하락이 이어지자 저축은행은 직원·점포 줄이기는 물론 여신과 수신을 모두 대폭 줄이며 자체적인 긴축 경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수신 경쟁 포기·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저축은행들이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지만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면서 긴축 경영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저축은행의 위기가 대출 줄이기로 이어지며 서민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했다.
8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손실 규모는 1413억원이다. 상반기 누적 적자(-960억원) 대비 적자 폭이 453억원 늘어났다.
상위 5개 사(SBI·웰컴·OK·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의 순이익 역시 급감했다. 상위 5개 저축은행의 순이익은 총 6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6% 줄었다. 특히 이들 저축은행 중 3곳의 당기순이익은 1년 새 반 토막이 났다.
OK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6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5.8% 감소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83억원으로 65.2% 줄었고 SBI저축은행은 518억원으로 35.0% 감소했다. 웰컴저축은행은 120억원으로 49.4% 줄어들었다. 페퍼저축은행은 2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3분기 누적 600억원대의 적자를 나타냈다.
저축은행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연체율은 상승했다.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 연체율은 6.15%로 지난 2분기 5.33% 대비 0.82%포인트 올랐다. 기업 대출 연체율은 2분기 5.76%에서 3분기 7.09%로 1.33%포인트 상승했고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은 5.12%에서 5.40%로 0.28%포인트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전 분기보다 0.79%포인트 상승한 6.40%를 기록했다. 다만 BIS비율은 14.14%를 기록하며 전분기(14.15%)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의 실적 악화가 고금리 장기화로 은행권과의 수신 금리 인상 경쟁이 이어지면서 이자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평균 예금금리가 2%대였지만 하반기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는 5%대 중반까지 치솟으면서 금리는 2배 넘게 상승했고 막대한 이자 비용이 실적에 반영됐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정기예금과 적금 등 수신으로만 자금을 조달해야 된다"며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말 고금리 예금을 내놓으면서 어쩔 수 없는 금리경쟁을 벌이게 됐고 결국 이러한 고금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람 줄이고·점포 줄이고·이자 낮추고
업계에선 이러한 경영악화로 인해 저축은행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점포와 직원을 줄인 저축은행들은 최근 여·수신 규모를 줄이며 본격적인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전체 79개 저축은행의 총임직원 수는 1만121명으로 전분기 말보다 105명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말 1만명을 처음 돌파한 후 연말 1만311명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올해 들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임직원 수가 줄면서 점포 수도 덩달아 감소했다. 상반기 말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본점, 지점, 출장소, 사무소 등 점포 수는 총 278개로 1년 만에 11곳이 줄었다. 저축은행의 점포 수는 2021년 상반기까지 300여곳의 점포수를 보유했지만 비대면 금융 확대로 인해 점점 점포 수를 줄여가고 있는 추세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수익악화와 더불어 비대면 금융 확대 영향으로 인력축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인원이 감소하면서 사무실도 줄이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추세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력·점포를 대대적으로 감축하고 있는 저축은행은 건전성 회복에 주력하기 위해 수신 금리를 낮추고 예적금 이자 비용을 줄이는 등의 내부적인 변화 역시 이어가고 있다. 자금조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체율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고금리 상품 판매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지방의 중소형 저축은행은 최근 금리를 2~3%대까지 낮춰 사실상 신규 예치를 중단했으며 대형 저축은행도 고금리 상품을 유지하거나 소폭 늘리는 정도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정리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연체율 등 자본 건전성에 민감한 만큼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여수신 축소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 중·저신용자들 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저축은행의 대출 줄이기가 서민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저신용자들은 은행보다는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이들이 이자 부담이 더 큰 대부업이나 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 저축은행들은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 규모를 1년 새 절반 가까이 줄였다.
서민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최대 7만1000명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우려에 금융당국도 저축은행 건전성 관리를 위한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대출과 연체 채권 규모가 큰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채권 관리의 적절성 여부와 함께 이에 대응한 건전성 관리를 적정 수준에서 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체 채권 규모가 큰 만큼 대형사를 중심으로 관리하면 업계 전반적으로 건전성이 개선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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