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새로운선택' 택한 조성주 “양극화 진영정치 깨고 개방적 협업 툴 제시해야'
금기 도전하고 관성 깨려는 정치인, 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진보정치 시효 끝나…새로운 조직 노선과 어젠다 나와야" “제3지대 신당, 여러 개 아닌 ‘빅텐트’여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나영 기자] 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의 최근 행보는 특히 의외성을 띤다.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을 해 왔지만, 여러 세력을 포괄하는 ‘새로운선택’에 합류했다. 그렇게 재탄생한 새로운선택은 첫 정책 의제로 ‘병역 성평등’을 내놓았다. 진보 진영 인사가 포함된 정당이 처음으로 제시한 의제라기엔 주제 자체도, 내용도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기존 지지자들의 지지를 잃어버리게 하는 행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조 대표는 “오히려 훨씬 넓은 바다에 나온 것 같다”고 응수한다. “이질적 조합”은 “저의 오래된 지론”이며, 이미 오래 전부터 진보정치의 관성을 깨자는 주장을 해왔다고 밝힌다.
조 대표 주장대로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의아하게 보이는 행보가 조 대표에겐 오래되고 일관된 지향성인 셈이다. 조 대표의 이 같은 지향성은 내년 총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조 대표가 속한 새로운선택은 지난 27일 국민의힘을 탈당한 보수 진영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도 손을 잡아 ‘빅텐트’를 구성할 수 있을까.
지난 28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은 서울 영등포구 새로운선택 당사에서 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앞서 조 대표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공동위원장으로 주도하는 '세번째권력'은 지난 17일 새로운선택과 공동 창당대회를 열었다.
“새로운선택, 이준석과 꽤 열려 있는 대화 하고 있어”
“이낙연 전 대표도 신당 확정하면 연합 검토 대상”
“이준석과 이견?…‘젠더’ 분야는 오히려 접점 찾기 쉬울 듯”
▲ 새로운선택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가능성은 늘 반반이다. 저희도 이준석 전 대표도 서로 어떤 생각인지 살펴보고 모색하는 중인데, 그렇게 대화한 지는 꽤 됐다. 지난 4월 세번째권력을 출범할 때 이준석 전 대표가 와서 축사를 하고 각자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를 서로 확인을 했는데, 그런 지도 벌써 8개월 정도 지나지 않았나. 이후 세번째권력과 새로운선택이 합쳐지고 나서도 새로운선택은 이준석 전 대표와는 꽤 열려 있는 대화를 하고 있다.”
▲ 이준석 전 대표는 “새로운선택 안에 ‘안티 이준석’ 세력이 있다”는 취지로 비판한 적 있다.
“서로 똑같을 것 같다. 이준석 전 대표 지지자들 중에서도 ‘어떻게 조성주‧류호정‧금태섭이랑 함께 하냐’는 분들이 있을 것이고, 저희를 지지해 주시는 분들 중에서도 ‘이준석은 아니지 않나’ 이러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예상했던 것이고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12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새로운선택 안에 업이 이준석 까는(비판하는) 것인 사람들이 있다”며 “제3지대를 하면서 ‘안티 이준석’이 모토면 그냥 하라고 하라”고 비판했다.
▲ 새로운선택이 함께 할 세력을 검토할 때의 기준은 뭔가. 그밖에 새로운선택과 손잡을 가능성이 있는 세력이 있다면.
“우선, 우리는 신당이 여러 개 있는 것 보다는 제3지대 ‘빅 텐트’ 신당이어야 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할 대상을 검토할 때 최소한의 기준은 있다. 진영 정치를 극복하는 세력이어야 할 것, 한국정치의 문제점을 양당 밖에서 찾아야 할 것, 양당의 위성정당 또는 자매정당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어야 할 것 등이 그 기준이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본다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주도하는 개혁연합신당은 함께 할 대상이 아닌 것 같다. 제가 볼 때 그곳은 일종의 민주당의 자매정당 또는 위성정당 노선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아닌, 양당 정치‧진영정치를 깨야 하는 문제의식을 가진 세력이라면 저는 다 대화하고 열려 있고 거기서 공통점을 최대한 찾아서 빅텐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손잡을 가능성도 있나.
“당연히 (연합을)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아직 확정한 것이 아니어서 지금 얘기하기엔 조심스럽다. 하지만 만약 확정한다고 하면 당연히 대화하고 연대‧연합을 검토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와도 마찬가지다.”
▲ 세 번째 권력과 이준석 전 대표는 정책적 입장이 다른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나온 것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 그러나 예상해 본다면 저는 서로의 입장 차가 명확한 부분은 대화가 오히려 더 쉬울 것 같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젠더’ 같은 영역에서 서로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차이가 명확하기 때문에 오히려 타협의 지점도 명확하다고 본다. 충분히 합리적으로 소통하고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경제‧산업 정책의 경우 논의할 부분이 광범위해서 접점을 찾는데 난관이 많은 영역일 수 있다고 본다.”
▲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제가 평가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 다만 인상을 말씀드리자면, 이낙연 전 대표는 온건한 스타일이다. 저는 민주주의 정치는 기본적으로 온건함을 유지하고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사회도 정치도 다들 말들이 너무 세고 거칠어졌지 않나. 그래서 이낙연 전 대표의 온건한 지향성이 굉장히 무게감 있게 좋게 발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와는 제가 알고 지낸 지가 10년 가까이 됐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굉장히 파워풀하다. 완전 돌직구 스타일이다. 저와 정책에 있어서는 입장 차가 많지만, 한국 집권 여당의 대표를 하고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던 젊은 당 대표로서 한국의 보수 정치를 크게 변화시킨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으로 이준석 전 대표를 평가하고 싶다.”
“새로운선택, 대선 후보 만들려 모인 과거의 제3지대 신당과는 달라"
"다양하고 이질적 세력 모인 ‘개방적 협업 툴’로서 기능할 것”
"'유튜브 알고리즘' 같은 사회…더 이질적인 조합 필요해"
▲ 제3지대 신당이 성공을 거둔 경우가 많지 않다. 2024년 총선에서는 다를까.
“제3지대 신당이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는 이유는 대선에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제3지대는 제3대선 후보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이합집산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제3지대는 대선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고착화되고 양극화된 진영 정치를 깨기 위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
▲ 제3지대 신당으로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은 뭔가.
“앞서 말씀드린 이유 덕에 지금의 제3지대 신당에는 훨씬 다양하고 이질적인 세력이 모일 수 있다. 때문에 지금의 제3지대 신당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다양한 해법들을 조합할 수 있는 개방적 협업 툴로서 기능할 것이다. 그런 장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오른손을 써야 하나, 왼손을 써야 하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나. 우리는 양손을 다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 새로운선택은 첫 정책 제안으로 ‘병역 성평등’ 문제를 꺼내들었다. 세번째권력이 소속된 정당이 제안하기엔 주제도 내용도 민감한 것 같은데, 왜 해당 문제를 화두로 제시했나.
“저도 정책을 같이 논의했으니까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우리 정치가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또는 먼저 다루지 않음으로써 청년 세대들 사이에 ‘여자도 군대 가라’, ‘너는 아기 낳아라’ 이런 식으로 감정적 젠더 갈등만 소모적으로 일어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다.”
▲ 해당 주제를 발표하면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 같다. 의도한 것인가.
“당연하다. 저희는 정치하는 정당이지 않나. 앞으로도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정책을 계속 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금기에 자유롭게 도전하기 위해 (신당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을 해 왔는데 중도 성향에 가까운 새로운선택에 합류한 이유는 뭔가.
“기존에 제가 있던 진보 정치의 시효가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진보 정당이라는 조직적 노선이 한 시대를 마감했다고 본다. 긍정적인 의미로는 진보정당이 20년 동안 자기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국 사회의 불평등‧노동‧젠더 문제를 이슈로, 어젠다로 등극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의미로는 시대 변화에 쫓아가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제 다른 정치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그래서 정의당 안에서 계속 ‘새로운 조직 노선과 어젠다로 옮겨가야 된다’고 얘기했던 건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때문에 주장해왔던 대로 신당을 만드는 데 합류했다.”
▲ 진보정당과 함께 하면 의견을 더 잘 모을 수 있지 않나.
“저의 오랜 지론이기도 한데, 저는 오히려 시민들에게 가장 이질적인 조합을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시민들 입장에서 ‘아니. 저런 사람들이 같이 할 수 있다고? 저게 가능하다고?’ 이렇게 굉장히 의아함을 훨씬 줄 수 있는 조합, 색다르고 이질적인 조합이어야 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 한국이 정치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너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확증 편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사회가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진영화가 더 세지고 심지어 사회도 분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게 굉장히 무서워졌다랄까. 그래서 저는 오히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정당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이런 거를 보여주는 게 훨씬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사람들이 조승주 대표와 세번째권력에게 기대해 온 색깔이 있지 않나. 새로운선택으로의 합류하면서 기존 지지자들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없나.
“오히려 저는 훨씬 넓은 바다로 나온 것 같다. 기존 한국의 정당들, 특히 제가 오랫동안 있었던 진보 정당의 경우 기존의 관성이 엄청 세다. 어떤 정책에 대해 어떤 방향이 맞는지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어도 현실적으로 실현하기엔 제약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진보정당 안에서도 기존의 관성을 깨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왔고, 또 새로운선택과 같이 하면서 오히려 제가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을 훨씬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저를 눈여겨 봐주셨던 분들은 그런 저의 문제의식에 공감했기 때문에 지지해 주신 것으로 보기 때문에, 훨씬 큰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8년 전 ‘2세대 진보정치’ 주장…저는 제 청춘을 배반하지 않았다”
“모든 정당들이 '다른 목소리'에 ‘나가라’…일색화된 풍경 씁쓸”
“다른 나라서도 ‘제3지대' 신당 바람 불어…내년 총선 낙관”
▲ 2015년 ‘2세대 진보정치’를 외치며 주목받았는데, 그때 주장했던 것과 지금의 행보는 맞닿아 있는 건가.
“그때와 여전히 맥이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도 '과거 진보의 영광을 추억하는 것을 떠나서 변화된 시대에 맞게 새로운 진보 정치로 나아가자'고 주장을 했다. 하지만 진보정당에서 주장한 것들은 8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변화하지 않고 있다. 또 저는 그때 이후 서울시에서 노동협력관 등을 하면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비롯해 여러 가지를 직접 경험하고 추진해보면서 그때의 주장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측면도 있다. 결국 저는 제 청춘을 아직 배반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정의당에서는 신당을 하려면 류호정 의원이 탈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건 류 의원이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다. 다만 이런 생각은 한다. 정의당에서는 ‘류호정 의원 나가라’, 그러고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 나가라’, 그러고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 나가라’, 그래서 이준석 전 대표는 결국 어제 나가게 됐다. 저는 이 풍경이 조금 특이한 것 같다. 모든 정당에서 자기 정당 내에 이견을 가진 목소리를 다 ‘나가라’고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견과 어떻게 타협할지, 어떤 문제의식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를 같이 토론하고 대화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다. 정당들이 강성 지지층 또는 팬덤화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이질적인 것,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일색화된 이 문제를 보여주는 어떤 현상이라고 본다. 저는 모든 정당이, 정의당조차도 그러고 있는 그 풍경이 참 뭐랄까, 씁쓸하게 보인다.”
▲ 내년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최근 이코노미스트가 아시아의 선거를 다루면서 한국 선거에 대해서도 전망했는데, 제3정치 세력이 굉장히 크게 성장할 선거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글로벌 경제지에서 전망했는데 저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또 제3지대 신당 바람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지금 독일에서도 신당 바람이 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각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여러 가지 문제들을 겪고 있다. 진영화된다거나 양극화된다거나 지나치게 팬덤화된다거나 하는 것은 한국만 겪는 문제들이 아니어서, 다양한 새로운 민주주의적 가치를 고민하는 신당이 출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한국에서도 그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내년 총선을 굉장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 내년 총선에 출마할 생각인가. 한다면 어느 지역구로 출마할 생각인가.
“그렇다. 지역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마포갑으로 출마하려는 구상은 있다. 신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지역구를 조정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수도권을 생각하고는 있다.”
▲조성주 대표에게 정치란 뭔가.
“저에게 정치란 제가 대표하고자 하는 시민 집단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저의 최종 목표는 아주 단순하다. 제가 대표하고자 하는 시민 집단의 삶이 변화하는 것, 딱 그것이다. 제가 대표하는 시민집단은 한국 사회에서 대표되지 못하는 노동집단이다. 조직되지 못한 목소리들, 노동조합에 가입되지도 못하고 자기들을 대변하는 큰 정당의 센 목소리를 가지지도 못하는 그런 목소리들을 대표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