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선·김동원·신중하 '신사업 찾기' 올인...힘 실리는 80년대생 보험사 3세들
각자 뚜렷한 강점 통해 성과 전문성 등 리스크 해결 숙제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보험사들이 보험업 비중을 줄이고 신사업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중책을 책임질 적임자로 1980년대생 오너 3세들을 낙점했다.
업계에선 각자 뚜렷한 강점이 있는 오너 3세들의 경영 참여가 추후 차별화된 성과를 만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보수적 색채가 짙은 보험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러한 오너 3세들의 경영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보험업에서의 성과가 부족하고 결국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올해 역시 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 경영인이 아닌 오너 3세들의 경영 전진 배치가 추후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해상은 조직개편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부문급 임원 기구인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최고 지속 가능 책임자)를 업계 최초로 신설하고 정경선 에이치지이니셔티브 이사회 의장 겸 루트임팩트 대표를 CSO 전무로 선임했다. 정 전무는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아들이다.
1986년생인 정 전무는 고려대 경영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으며 현대 계열사가 출연한 공익 재단인 아산나눔재단에서 잠시 일한 후 2012년 루트임팩트를 설립해 창업가로 나섰다. 루트임팩트는 ESG 경영과 지속 가능 성장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비영리 법인이다. 지난 2021년에는 싱가포르에 임팩트·지속가능성·ESG 투자를 테마로 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실반캐피탈매니지먼트를 설립하기도 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정 전무는 대형 보험사로서 시장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 비전을 수립하는 한편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선도적인 디지털·AI로의 전환, ESG 경영 내재화, 고객 및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해 회사의 브랜드 가치와 위상을 제고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지난 2015년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팀장으로 입사해 1980년대생 보험사 오너 3세 중 가장 먼저 경영 전선에 나섰다. 전사혁신실 부실장, 디지털혁신실 상무 등을 거쳐 현재는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서 한화생명의 해외 시장 개척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화생명의 디지털 전략 수립과 실행을 이끌어 온 김 사장은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 사업을 주도했고 국내 보험사 최초의 스타트업 육성센터인 '드림플러스'를 통한 스타트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인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전략 팀장도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 1981년생인 신 팀장은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외국계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에서 2년간 근무한 뒤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 KCA손해사정에 입사했다.
신 팀장은 주로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교보정보통신에서 디지털 혁신(DX) 신사업 팀장, 디플래닉스 디지털 전략 총괄 등을 거친 후 지난 4월부터 교보생명 그룹 데이터 전략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신설된 그룹데이터전략팀이 신 회장 직속인 만큼 차기 오너에 장남인 신중 팀장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ESG 등 각 분야 장점 통해 차별화
업계에선 오너 3세들이 각자 뚜렷한 강점을 내세워 차별화된 성과를 만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전무의 경우 과거 ESG 경영과 지속 가능 성장과 관련된 비영리 법인을 운영했던 만큼 기후변화와 디지털 전환, ESG 공시 의무화 등을 추진하는 현대해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 중 직급이 가장 높고 경영승계가 가장 빠른 김 사장은 글로벌 사업과 디지털 혁신을 총괄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김 사장은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 사업을 주도한 데 이어 지난 2022년에는 디지털 영업지원 플랫폼 '오렌지트리' 출시를 주도해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를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최고글로벌책임자로 자리를 옮긴 이후엔 해외사업 확장 및 투자를 본격적으로 이끌며 베트남·인도네시아 보험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점 사업으로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던 교보생명은 신 팀장을 통해 디지털 사업 강화에 나섰다. 교보정보통신, 디플래닉스 등 계열사에서 디지털 관련 분야를 경험한 신 팀장은 교보그룹 내 데이터 통합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 신 팀장은 지난해 4월 교보생명과 교보증권, 교보문고,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교보정보통신, 디플래닉스 등 5개 자회사의 '데이터 체계 및 인프라 구축 협약' 체결을 이끌었다. 교보생명은 협약을 통해 데이터의 양적, 질적 확대로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자회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각자 원하는 전문 분야에서 역할을 다하는 중이다"라며 "보험업에 대한 경험은 부족하지만 각 보험사들은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문성·성과 부족은 해결해야 할 숙제
보험사들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됐지만 일각에선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김 사장과 정 전무, 신 팀장이 아직 본업인 보험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입증하지 못했고 보험 영업이나 재무 관리 등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향후 승계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아직 많다.
김 사장의 경우 설립 작업을 주도한 캐롯손해보험이 아직까지 흑자를 내지 못한 채 고전하면서 업계의 평가는 조금씩 '물음표'로 바뀌고 있다. 다만 캐롯손보의 계약건수 150만건을 돌파했고 6% 넘는 시장 점유율을 달성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기대해 볼 만 하다.
정 전무와 신 팀장은 각각 현대해상과 교보생명에 보유 지분이 부족해 그룹 내 지배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정 전무는 현대해상 전체 주식의 22%를 보유한 정몽윤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지만 비율은 0.45%에 불과하다. 신 팀장은 아버지인 신창재 회장이 아직 지분을 증여하지 않아 교보생명의 보유 지분이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너 3세들은 전문성이 전문 경영인에 비해 부족한 만큼 그룹 내 영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추후 다양한 방식으로 승계 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