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 저물고, 전기차 주춤…힘 실리는 ‘하이브리드 대세론’
지난해 전기차 역성장...하이브리드는 44.8% 급증 수입차 하이브리드 점유율 30% 돌파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효문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위세가 대단하다. 기름값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디젤차의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카를 선택하고, 전기차 보급이 주춤한 동안 하이브리드카가 친환경차 성장을 이끌었다.
17일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규 등록된 하이브리드차는 37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4.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는 15만8000대 판매돼 전년 대비 0.1% 감소했다.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된 2010년대 중반 이후 소폭이나마 역성장을 기록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하이브리드는 화석연료를 태우는 내연기관에 전기모터가 결합된 구조다. 1997년 일본 토요타가 출시한 프리우스를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차로 본다. 대기오염과 화석연료 고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토요타는 당장 상품화하기 어려운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했다.
프리우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과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 역시 하이브리드차 라인업 확장에 나섰다. 특히 2015년 미국서 유럽산 디젤차들의 배출가스 조작이 발각된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하이브리드차는 디젤차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유럽 제조사들은 디젤 승용차들을 단종시키며 빈 자리를 하이브리드로 채워갔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은 2025년 하반기 강화된 배출가스 규정인 유로7 시행을 예고했다. 유로7은 현행 유로6 대비 배출가스 허용 기준이 절반 수준으로 엄격하다. 여기에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를 선언한 상황이다. 유럽에 진출한 자동차 브랜드들은 새 규정에 맞는 디젤차를 개발하기보다 하이브리드차로 선회하는 결정을 내렸다.
유럽발 디젤 퇴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유럽에 차를 수출하는 한국 업체들 역시 자연스럽게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늘렸다. 현대차 투싼·싼타페, 기아 쏘렌토 등 인기 SUV 대부분 하이브리드가 추가돼 유럽은 물론 내수시장에서도 판매가 한창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경우 올해를 ‘하이브리드의 해’로 선언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올해 첫 신차로 2000만원대 하이브리드 SUV ‘XM3 E-테크 포 올(for all)’을 출시했고, 하반기 중형 하이브리드 SUV ‘오로라1(프로젝트명)’를 투입할 계획이다. ‘오로라1’은 르노그룹이 글로벌 시장에 투입할 전략 차종으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그룹 내 중형 하이브리드 생산을 담당하게 된다.
국내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보급됐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았다”며 “여기에 최근 전기차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살 사람은 다 샀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브리드차도 큰 범위에선 내연기관차에 해당하는 만큼 궁극적으로는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다만 한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제조국에서 경쟁력 있는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