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설계사 '소득 양극화' 심화...'고아계약' 부채질 부작용 우려
고소득·저소득 설계사 비중 점차 비슷해져 영업 한계점으로 인해 소득 양극화 심화 잦은 이직·퇴직으로 소비자 피해 가능성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보험 설계사 사이에 소득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소득이 1억원을 넘는 설계사와 2400만원도 벌지 못하는 설계사 비중이 점차 비슷해지면서 불완전판매, 영업 독식 등 소득 양극화로 인한 부작용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철저한 능력 위주의 영업문화가 팽배한 설계사 사회에서의 소득 양극화는 자연스럽다는 의견과 이러한 영업의 한계점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금융당국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생명보험협회가 15개 생명보험사들과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들에서 근무하는 1400명의 설계사를 대상으로 '2023년 직업인식 및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속 설계사의 연평균 소득은 2021년 4875만원 대비 14% 증가한 5563만원으로 조사됐다.
소득 구간별로 따져보면 경력이 늘어날수록 소득이 상승했다. 14~19년 차 설계사들의 소득 평균치는 8030만원이었다.
설계사 1400명 가운데 연간 소득이 2400만원에 못 미치는 설계사 비중은 19.6%, 6000만원 이상은 34.5%로 소득이 양극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전체 응답자 중 15.7%는 1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설계사는 자신의 영업 기반을 통해 실적을 내는 만큼 차이가 심한 편이다"라며 "신입 설계사들은 이러한 영업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 보험 시장 포화가 소득 양극화까지
보험 설계사 간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험 시장 포화 △인력 고령화 △지인·연고 위주의 영업방식 △보험사의 무리한 인력 충원 등을 꼽았다.
저출산·고령화로 보험 시장이 점차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설계사들의 상품 판매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실적에 따라 연봉이 크게 달라지는 보험 설계사들의 경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더 이상 소득을 늘리기 어려운 영업 조건이다. 결국 저연차의 설계사들은 이러한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설계사 일을 그만두는 상황도 다수 발생한다.
저연차 설계사 이탈은 결국 설계사 인력의 고령화로 이어진다. 실제 보험설계사 평균연령은 생명보험 설계사는 50세, 손해보험은 47세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이러한 인력 고령화는 지인·연고 위주의 영업에 의존하는 보험영업 방식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소득 양극화로 귀결된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계사의 모집 비중은 지인(48.1%), 기존고객(28.8%), DB(13.2%), 신규개척(9.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보험사의 무리한 설계사 충원이 설계사의 소득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소득 보험 설계사들이 대거 GA로 이동하면서 일부 설계사들의 영업 독식 경향이 짙어졌고 보험 영업 시장의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지면서 평균소득 추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 성장은 점차 정체되고 있지만 기존 보험사들은 유지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상황이다"라며 "저연차와 고연차의 차이가 결국 실적 양극화로 이어지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고아계약'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져
일각에선 이렇게 최상위 설계사로의 영업 쏠림이 가속화되고 소득 양극화로 인한 설계사 이탈이 점차 증가하면 결국 보험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직 영업이 미숙한 설계사로 인해 불완전판매의 개연성이 확대되고 보험을 판매한 설계사의 잦은 이직·퇴직으로 인해 '고아계약'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아계약과 관련된 민원은 매년 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고아계약이 늘어날수록 불완전판매 비율이 늘어나고 계약유지율은 낮아진다고 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험 설계사의 소득 양극화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보험사와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입 설계사들이 무리한 영업 대신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오랜 기간 업계에 종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보험설계사의 소득 양극화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개인의 인맥과 노력을 통해 발생하는 차이가 존중받지 못하면 제대로 된 영업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상대적 박탈감만으로 비판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인 영업에 의존하는 현행 영업방식은 설계사 소득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보험사의 면밀한 고객 분석을 기반으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DB)를 설계사 영업과 연계 제공하는 등 체계적인 영업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