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알선‧유인‧권유 처벌 강화
국회 본회의 통과했지만 핵심 빠져
'가중처벌' 놓고 실효성 우려 목소리도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조직화·지능화된 보험사기를 막기 위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업계에선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해당 개정안을 통해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과 관계기관 등에 대한 조사권 역시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핵심 조항인 '가중처벌' 조항이 삭제된 채 통과되면서 개정안의 실효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보험업계 종사자들이 가담한 보험사기는 가중처벌하고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은 빠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근본적인 사기 근절을 위해선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2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재적의원 297인 중 재석 229인, 찬성 229표로 만장일치 가결됐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보험사기의 적발 금액‧인원이 증가하고 조직적‧지능적 보험사기가 빈발함에 따라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앞으로는 보험사기의 알선‧유인‧권유 또는 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시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보험사기가 발생하기 전이라도 이를 알선하거나 광고하는 행위만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됐다.
또 금융당국의 보험사기 조사권을 강화해 보험사기 및 알선‧유인‧광고 행위의 의심 사례를 조사하고 관계기관에 고발‧수사 의뢰 등 후속 조치를 한층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기를 통해 보험금을 중복 수령‧편취 하거나 방법을 안내‧게시하는 행위 등 수사기관이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좀 더 신속히 조치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체 심사 기준 마련 △피해구제 제도 마련 등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보험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회를 통과한 이상 차질 없이 법 시행을 준비할 예정이다"라며 "경찰청‧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진화하는 보험사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8년간 법안 방치에 보험사기 역대 최대
그간 업계는 물론 금융당국도 나날이 늘고 있는 보험사기를 잡기 위해 개정안 통과를 숙원사업으로 지정하는 등 노력을 이어갔다. 실제 보험사기는 기존 법안이 지난 8년간 한 번도 손질을 거치지 않으면서 피해액과 적발 인원에서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6233억원으로 전년도인 2022년 상반기 5115억원 대비 21.8% 늘어났다. 상반기 적발액이 6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같은 기간 보험사기 적발 인원도 13.4% 늘어난 5만5051명으로, 상반기 기준 처음으로 5만명을 넘어섰다.
업계에선 이번 개정안 통과를 통해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관련 범죄 역시 줄어들길 기대하고 있다. 또 소비자들 역시 보험사기가 줄어들면 보험료가 낮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특별법 개정으로 보험사기 액수가 10% 감소한다고 가정했을 때 약 6000억원 가량의 보험료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가 보험사기에 대한 대비를 해도 허술한 법으로 인해 한계가 있던 건 사실이다"라며 "이번 개정안으로 많은 보험 소비자의 피해가 줄길 바란다"고 밝혔다.
◇ '가중처벌' 빠지면서 실효성 우려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보험사 등 업계에선 형평성 문제로 핵심 조항 중 하나로 꼽혔던 '가중처벌' 조항이 삭제된 부분에 대해 실효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가중처벌'이란 보험사기 죄를 저지른 보험업계 종사자에 대해 처벌을 2분의 1 수준 이상으로 가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정안 초안에는 '가중처벌' 조항과 함께 유죄가 확정되면 명단을 공개하는 '명단공개 처벌' 조항도 있었지만 보험업계 종사자가 보험사기를 쳤다고 단순 사기죄보다 훨씬 더 무거운 형사처벌을 내린다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형평성 문제가 부각됐고 결국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 대폭 수정됐다.
핵심 조항이 빠지면서 해당 개정안이 효과적으로 보험사기를 방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회의에서 여러 의견이 개진되면서 대폭 수정된 것 같다"며 "오히려 용두사미가 된 게 아닌지 아쉽다"고 언급했다.
이에 보험업계는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경찰 전담 수사조직 편성, 보험사기 적발 우수 성과자 특진 인원(TO) 확대 등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가중처벌' 조항을 추가 개정안에 넣어야된다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에는 '가중처벌' 제도가 빠졌지만 추후에 꼭 다시 논의가 되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업계에서 얘기가 나오는 만큼 추후 개정안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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