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조이기에 불황형 대출 역대 최대
금리 상대적 저렴해 보험사 '풍선효과'
'신용사면' 인한 추후 리스크 관리 주목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고금리와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약관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로 늘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대출을 조이면서 서민들의 급전 창구가 보험사로 바뀌는 모양새다. 이러한 움직임에 보험사들도 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등 '풍선효과'에 대비해 대응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서민들이 보험사로 몰리면 추후 '고금리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사들은 표정 관리에 나서면서도 최근 발표된 금융당국의 '신용사면'으로 인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러한 대출 급증과 연계해 상생금융 방안으로 '이자 납입 유예' 카드를 꺼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보험 업계의 가계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잔액은 69조9568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9월 말(66조1423억원)보다 4조원 가까이 늘어났으며 전 분기(68조 8471억원)에 비해서도 1조2317억원이나 늘면서 7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업권별로 보면 생명보험사들의 약관대출 잔액도 51조 8419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8225억원 증가했고 손해보험사가 보유한 약관대출은 직전 분기보다 2872억원이 늘어 18조1149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계약한 보험을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보험사 약관대출은 보험 혜택은 유지하면서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최대 95%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별도의 대출 심사나 신용등급이 필요하지 않아 일반 금융회사 대출 이용에 제약이 있거나 급전이 필요한 금융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다.
특히 대부분 1000만원 이하의 소액 대출이고 자영업자·취업준비생 등 생계에 급전이 필요한 경우에 약관대출을 찾으면서 '생계형 대출'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약관대출과 더불어 보험사의 신용대출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보험사들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기준 7조8928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220억원가량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대출 잔액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보험사 약관대출은 늘어났지만 은행권 신용대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점점 소액 자금도 융통하기 어려운 고객이 늘어나면서 약관대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 '풍선효과'에 보험사로 대출 몰려
업계에선 보험사 약관·신용대출로 고객이 몰리는 이유에 대해 △은행권 대출 조이기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 등으로 인한 '풍선효과'라고 보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대출 증가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로 줄였다. 또 그간 DSR 규제에서 제외됐던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DSR 규제도 올해 추진되면서 돈을 빌리기 더욱 어려워졌다.
반면 금융당국이 보험업계를 포함한 제2금융권의 DSR은 60%로 풀어놓으면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면 한도가 더 늘어날 수 있는데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권에 비해 보험사의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험사로 대출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신용대출(무증빙형 기준)을 취급하는 보험사 10개의 지난달 평균 금리는 8.86%로 전월 대비 0.1%p 상승했지만 10% 이상인 저축은행 중금리 신용대출 평균 금리보다 훨씬 낮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이러한 '풍선효과'에 대비하기 위해 대출한도를 늘리기도 했다. 교보생명은 이달부터 신용대출한도를 500만원 확대했다. 연초 실수요자들의 자금 수요에 대비해 대출 요건을 푼 것. 교보생명의 이번 조치에 대해 다른 보험사들 역시 한도 확대를 놓고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관계자는 "아직 대출 한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지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증가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의 반응을 보고 움직일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 '고금리 늪'·'신용사면' 상황 주목
금융당국과 업계는 보험사로 중저신용자들이 점차 몰리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당국은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사의 대출금리로 인해 서민들이 '고금리 늪'에 빠질 수 있다며 철저한 관리 감독을 주문했고 보험사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이른바 '신용사면'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지난 23일 정부와 여당은 중·저신용자 지원 방안으로 소액 대출연체자의 연체정보를 삭제하는 '신용사면'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지난 2021년 9월부터 이달 말까지 2000만원 이하(건당 기준) 연체액을 이미 상환했거나 올해 5월 말까지 전액 상환한 개인·개인사업자의 연체 이력 정보는 신용평가사에서 삭제된다.
당국의 발표에 카드사와 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서는 신용사면을 집행할 경우 리스크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내놨다. 관련 기록을 활용하지 못하게 돼 부실 가능성 예측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보험사들은 대출 금리 상승과 대출 잔액 증가에도 상생금융에도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보험계약대출 이자 납입 유예' 제도를 상생금융 방안으로 내놓고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22개 생명보험사와 12개 손해보험사가 이번 제도에 참여한다.
'보험계약대출 이자 납입 유예'는 실직이나 폐업·휴업, 질병·상해로 장기 입원하는 등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서민이 보험계약대출 이자 납입을 최소 1년간 유예할 수 있는 제도다.
생보협회는 "보험계약대출 이용자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고 편익이 제고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함께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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