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성장세로 손보사 관심 ↑
가입자 늘고 가능성 높아 블루오션
비싼 보험료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1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마이펫페어에서 반려견이 개모차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마이펫페어에서 반려견이 개모차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가파른 성장세의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손해보험사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저출산·고령화로 성장동력을 잃자 블루오션 시장으로 꼽히는 펫보험 선점 경쟁에 보험사들은 각 사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정부도 펫보험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섬에 따라 높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보험업계에선 펫보험에 대한 필요성은 언급하면서도 비싼 보험료와 적은 보장 범위 등으로 인해 가입을 꺼리는 반려인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이에 펫보험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진료비 표준화·등록제 등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펫보험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사는 현재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한화손해보험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국내에선 10개 사 정도이며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중 펫보험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보험사는 삼성화재다. 삼성화재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펫보험 전문회사를 꾸리기 위한 준비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삼성금융네트웍스 산하인 삼성생명은 삼성화재가 설립하는 펫보험 자회사에 지분투자를 통해 참여할 방침이다.

또 삼성화재는 지난달 다이렉트 펫보험의 보장 비율을 기존 50~80%에서 90~100%로 확대했다. 앞서 지난 3월 반려견에서 반려묘로 보장 대상을 확대하고 9월엔 삼성금융네트웍스 통합 앱 '모니모'에 펫보험을 출시한 삼성화재는 펫보험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이 설계사를 통해 판매하는 기존 보험상품들과는 차이가 있는 만큼 삼성금융네트웍스가 자회사 설립을 통해 사업 효율성을 키우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6월 업계 최초로 자기부담금을 없앤 'KB금쪽같은 펫보험'을 출시하며 펫보험 시장에 진출했다. 12월 말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펫보험 사업을 전담하는 'Pet 사업 Unit' 부서를 설치했다.

최근 펫보험 자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DB손해보험도 지난해 7월 가성비 높은 '펫블리 반려견 보험'을 출시하며 반려동물 의료비를 업계 최고 수준인 2000만원까지 끌어올렸다. 견주가 입원해 반려동물을 애견호텔에 맡길 때 발생하는 비용을 지급하는 이색 담보도 탑재했다.

현대해상도 보호자와 반려견 모두를 보장하는 '현대해상굿앤굿우리펫보험'을 출시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 상품은 동물병원 의료비 1일 보상한도를 15만원 또는 30만원으로 선택할 수 있고 수술받은 경우 하루 최대 250만원까지 보상한다.

보험업계 최초로 장기 펫보험을 출시하고 현재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보험료를 최대 28%까지 낮춘 상품을 내놨다. 보험사들간 펫보험 상품 경쟁에 불이 붙자 가격 공세에 나선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점점 늘면서 관련 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며 "치료비 등 실질적인 비용에 대한 부담도 펫보험을 가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 '펫퍼민트' 보험. 사진=메리츠화재.
메리츠화재 '펫퍼민트' 보험. 사진=메리츠화재.

◇ 성장 가능성 높아 '블루오션'

손해보험사들이 앞다퉈 펫보험 관련 상품을 보완하거나 자회사 설립에 집중하는 이유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점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펫보험 역시 현재까진 가입률이 1%대에 그치고 있지만 가입자가 매년 늘어나는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펫보험 취급 손보사의 가입 건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신계약 및 보유계약 건수는 각각 4만8325건, 10만1196건이다. 이는 2022년 말 대비 각각 37,5%, 40.8% 상승한 수준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펫보험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반려동물 등록 의무화와 진료비 청구 간소화 등을 골자로 한 '반려동물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방안은 반려동물 진료 인프라를 개선하고, 진료 항목 표준화, 반려동물 등록제도 등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정부의 방안과 더불어 반려동물 가구가 점차 더 늘어나면서 펫보험 성장 여력은 그만큼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점점 펫보험을 추진하는 보험사가 늘고 있다"며 "자동차 보험 등 다른 보험보단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관련 보험 상품 출시는 더 증가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비싼 보험료 등 해결해야 될 숙제도

다만 전문가들은 펫보험이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비싼 보험료 △한정된 보장범위 △반려동물 등록제 △수의사법 개정 불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기준 펫보험 보험료는 월 4만원에서 6만원 수준이다. 해당 보험들은 대체로 의료비와 수술비 보상 등의 보장이 들어가 있지만 반려견에게 자주 발생하는 슬관절, 고관절 탈구 등 특정 질환에 대한 확장 보장과 상해 보장 등 특약 여부에 따라 월 8만원까지 늘어난다.

반면 5대 손해보험사 4세대 실손 의료 보험의 보험료 상단(만 40세 남성 기준)은 2만원을 넘지 않는다. 펫보험의 보험료가 3배 가까이 비싸다.

보장 범위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역시 펫보험 가입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대다수의 펫보험 상품이 입·통원 및 수술 의료비와 같은 기본 요소만 보장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입자들이 펫보험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전체 등록률이 53.4%에 불과한 반려동물 등록제도 펫보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정부는 2014년부터 반려동물 몸속에 고유번호가 부여된 마이크로칩을 넣는 동물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해당 제도가 정착되지 않으면서 등록률이 현저히 낮았고 보험사들도 해당 반려동물에 대한 개체 식별이 어려워 보험금 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물병원 진료내역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를 내용으로 한 수의사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펫보험 활성화가 늦어지는 이유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 노력은 물론 보험업계와 수의업계 간 협력 강화를 통해 동물병원의 자발적인 시장 진입을 유도해야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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