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언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1심에서 5일 무죄를 선고받자 삼성 내부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여전히 2심과 3심이 남아있기 때문에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는 5일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의 선고공판을 열고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2020년 9월 이 회장을 기소한 지 약 3년5개월 만이다. 재판에 함께 넘겨진 삼성 전·현직 임직원들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계에선 유죄 판단이 나올 경우 삼성의 경영 시계가 다시 한 번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다. 1심 판결을 앞두고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삼성 내부 분위기는 안정을 찾는 듯 하다. 

이 회장은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뿐 아니라 그룹의 준법경영, 책임경영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준법경영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1심 결과로 이 회장의 경영활동도 어느 정도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재판 일정으로 인해 해외 출장에 제약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에서의 성과가 과거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도체 분야는 경쟁이 치열한만큼 해외 파트너사와 긴밀히 협업해야 하고,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특성상 오너의 발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메모리반도체에서 SK하이닉스에 뒤지고 있다. 대표적인 AI용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삼성전자의 지난해 점유율은 30%를 조금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여기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마이크론은 한자릿수 초중반 수준의 점유율을 가져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 또한 사상 최저로 좁혀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38.9%, SK하이닉스는 34.3%로 두 회사간 격차가 4.6%포인트에 불과했다.

TSMC와 같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경쟁사와 격차를 좁히는 것도 과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2.4%, TSMC 점유율은 57.9%를 차지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 파운드리 세계 1위를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2020년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한 인텔도 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패키징 기술에 힘을 실으면서 업계 강자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래 동력에 대한 투자도 절실하다. 삼성전자는 2017년 9조원을 들여 미국의 하만을 인수한 뒤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서지 못했다.

재계에선 1심에서 무죄가 내려진 만큼 햇수로 9년째 지속되고 있는 이 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빠른 시간 안에 일단락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이날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 청사를 나오면서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 부정·부정거래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015년 5월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다. 하지만 이 회장이 가진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검찰은 이 회장이 그룹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주 회사 격인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4% 가량 보유했다.

검찰은 이 회장 등이 제일모직의 주가는 올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춰 합병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했다고 봤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므로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공시·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