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공급량 따라 영업익 변화 커…수익률 D램의 5배
1분기 SK하이닉스 영업익 전망치 최근 1조원대로 상향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낮아지고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상향 흐름을 보여 주목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회복 속도가 SK하이닉스에 비해 느린 탓으로 분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4조6945억원으로 21일 제시했다. 이는 1개월 전 컨센서스인 5조3926억원과 비교해 약 13% 낮아진 것이다.
삼성전자가 4조원 중반대 영업이익을 거둔다면 전년 동기 대비 600% 이상 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증권사들이 전망치를 더 낮추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성적은 이보다도 낮을 가능성이 높다.
전사 영업이익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느린 영향이다.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올해 2분기에 가서야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1분기에 적어도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DS부문은 지난해 4분기 2조2000억원가량의 적자를 낸 바 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는 상향 조정되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625억원으로 1개월 전 8421억원 대비 26%나 높아졌다.
3개월 전 컨센서스는 3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갈수록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1분기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다면 전년 동기 대비로는 흑자 전환, 전 분기 대비 200% 이상 성장하게 된다.
업계에선 이처럼 두 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달라지는 주된 배경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지목한다. HBM 가격은 일반 D램의 3~5배, 개당 수익률은 D램의 5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HBM 점유율을 55%, 삼성전자의 경우 41%로 추정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고사양 제품에서는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훨씬 더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메리츠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HBM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최근 더 높여 잡기도 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그 수요는 급성장하고 있다.
HBM을 발판 삼아 SK하이닉스의 실적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MD 등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기업에 고부가 HBM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고사양 제품인 HBM3를 엔비디아에 공급했지만 물량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서 비메모리반도체를 맡고 있는 시스템LSI사업부도 실적 회복 속도를 늦추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비수기인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판매량이 감소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가 적자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반도체 시황은 개선되는 모습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8)의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약 9% 올랐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과 관련해 "메모리 부문은 전 분기에 비해 이익이 개선되겠지만, 그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