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연이어 '헬스케어' 공략…차별화가 '관건'
건강 관련 비즈니스 전략 강화 고객 중심 건강관리로 산업 확장 비슷비슷한 서비스, 차별화 절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보험 인식 변화와 계약 감소 등으로 위기에 봉착한 보험사들이 보험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건강 관련 비즈니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고객 중심의 건강관리를 제공하는 등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높이고 보험 산업 확장까지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헬스케어 사업이 연간 9조원 규모로 평가받으며 그간 보험사의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아 왔지만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은 부족한 '차별성'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자기 복제' 수준의 비슷한 플랫폼이 연이어 나오면서 고객들도 아쉽다는 평가를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은 시스템 개발 등을 통해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는 질병 치료를 넘어 질병 예방·관리, 건강관리·증진 서비스 등으로 확장된 개념이다.
개별 맞춤형 헬스케어 앱 오케어(O-care)를 운영 중인 KB손해보험은 '오케어'의 사업 모델을 B2B(기업 간 거래)에서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로 올 상반기 내에 확대할 예정이다. 오케어는 건강검진 명세와 일상 건강 정보, 유전자 검사 등 데이터를 분석해 정확도를 높였다. 건강검진 예약 대행과 건강관리 리워드, 만성질환 및 탈모 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현재 오케어는 KB금융그룹 임직원 등 제휴 기업만 이용할 수 있지만 상반기엔 B2C로 제공할 계획이다"라며 "고객의 편의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NH농협생명도 올해 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인 'NH헬스케어3.0'을 B2C 형태로 출시할 계획이다. NH헬스케어는 건강상담, 병원 추천 및 진료 예약 등 건강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2022년 7월 첫 공개됐다.
공개 당시 임직원 및 임직원 가족들을 대상으로 3개월가량 시범운영을 거쳤으며 이후 지난해 9월 앱 화면 리뉴얼 등 일부 기능을 개편했다. 농협생명은 연내 출시될 NH헬스케어3.0을 통해 고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금융계열사인 삼성금융네트웍스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헬스케어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월 건강보험에 가입한 20~40세 고객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서비스 '그래비티'를 론칭한 삼성화재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내 300여 개 헬스클럽과의 제휴를 통해 건강보험과 피트니스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생명도 지난 1월부터 맞춤형 헬스케어 앱 '더헬스(THE Health)'를 통해 '2024 더 건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4 더 건강 프로젝트는 더헬스 앱에서 제공하는 '건강등급' 서비스를 활용해 나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영상 운동코칭, 식단 기록 및 영양코칭과 같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화손해보험도 오는 4월 '레이디(Lady) 헬스케어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있다. Lady 헬스케어 서비스는 여성의 생애 주기에 맞는 단계별(Pre·Aid·Post) 케어 서비스다. 현대해상 역시 1일 헬스케어 앱 메디케어와 하이헬스챌린지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500% 이상 성장 가능성' 미래 먹거리로 손꼽혀
보험사가 연이어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로서 헬스케어 사업이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 헬스케어 시장은 매년 30%씩 성장 중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도 헬스케어 시장이 오는 2026년 6394억달러까지 성장해 2019년(1063억달러) 대비 500%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상적인 보험 영업을 통한 매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헬스케어 시장도 점점 블루오션으로 꼽히면서 보험사뿐 아니라 빅테크 등 플랫폼 사업자와 의료기관 모두 참여하고 있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특히 보험의 경우 질병·사망 등 건강과 관련된 업무가 주를 이루면서 질병의 사후 치료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질병의 예방·관리, 건강 관리·증진까지 포괄하는 개념인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기존 고객은 붙잡고 새로운 고객을 끌어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앱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고 건강검진 정보와 의료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업황 악화로 점점 신규 가입자는 물론 실적도 줄다 보니 헬스케어와 같은 신사업 성과가 보험사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헬스케어 플랫폼은 고객의 데이터는 물론 잠재 고객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라고 전했다.
◇ 비슷한 서비스 '우후죽순', 차별성 실종
다만 업계에선 이러한 보험사의 헬스케어 플랫폼이 △운동코칭 △식이관리 등 차별점 없는 기능만 내세우고 있어 아쉽다고 지적한다. 국내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2018년부터지만 약 6년이 흐른 지금도 크게 차별성이 느껴지는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지적에 보험사들은 개발 역량도 문제지만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분명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토로한다. 실제 각종 규제와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이 제한되면서 헬스케어 서비스 고도화는 물론 시장 확장에도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가 '건강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보험사들이 활용하기에 기준이 협소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사에 공공의료 데이터를 제공하는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공공의료데이터를 개방하고 관련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가 각종 기술 개발에 돌입했지만 건강 관련 서비스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며 "실손보험간소화 서비스가 올해 시행되는 만큼 곧 관련 규제도 해결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