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유로 실적 희비 엇갈려
메리츠 약진에 손보사 순위 변화
IFRS17 첫 해, 실적 부풀리기 비판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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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가운데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실적 희비가 교차했다. 역대급 실적을 낸 손보사가 있는 반면 부진을 겪은 보험사도 있었다. 특히 메리츠화재가 강점인 자산운용 능력을 통해 삼성화재를 바짝 뒤쫓으면서 손보사 순위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보험사의 자체적인 회계 가정에 따른 실적 변동으로 인해 IFRS17 체제에서의 단기적인 실적 비교는 의미가 없다는 의견과 결국 보험사 자체의 과대평가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 5곳의 당기순이익 총합이 6조4255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순이익 6조5168억원과 비교하면 1.4%(913억원) 감소한 것이다.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보·현대해상은 별도기준, KB손보는 연결기준으로 집계했다.

손보사별로 보면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다.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며 당기순이익 1, 2위를 경쟁했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지난해 1조75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1조4732억원 대비 19.1% 증가한 수치다. 작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8216억원으로 전년에 견줘 12% 증가했다고 밝혔다. 3년 연속 역대 최고 실적이다. 세전이익은 2조4446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메리츠화재도 지난해 별도 기준 순익이 1조5748억원으로 전년 대비 25.2%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반기 기준으로만 보면 손보업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4분기 2787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3분기에 이어 삼성화재를 제쳤다.

KB손보는 지난해 752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5572억원) 대비 약 35.1% 증가했다. 이는 KB금융지주 계열사 중 KB국민은행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순익을 낸 것이다. 지난해 1분기 한국타이어 화재 사고 등으로 일반보험 손해율이 108.9%로 전년 대비 30.8% 뛴 상황에서도 선방했다.

KB손보 관계자는 "장기·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화 및 투자손익 개선 등이 실적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은 실적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순익 80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7.1% 감소했다. 보험 손익이 61.2% 줄어든 영향이 컸다. 장기보험 보험 손익은 실손보험 손해액 상승이 주로 기인했으며 일반보험 보험 손익은 대형화재사고 발생 등 재보험 비용 상승이 영향을 끼쳤다.

DB손보도 괌과 하와이 자연재해 대사고로 인한 손해(약 700억원)가 증가하고 마스크 해제 후 병원진료 증가 등 장기위험손해율 상승, 손실부담비용증가 등으로 장기보험손익도 하락하면서 지난해 21.1% 감소한 1조5367억원 순익을 나타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감소한 보험사도 있었지만 대체로 호실적을 거뒀다"며 "투자손익과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등의 증대와 견조한 손해율 관리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5대 손해보험사. 사진=각 사.
5대 손해보험사. 사진=각 사.

◇ 메리츠화재 약진에 순위 변동 가능성도

공개된 지난해 실적 중 가장 유의미한 기록을 거둔 손보사는 메리츠화재였다. 1조5748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한 메리츠화재는 DB손해보험(1조5367억원)을 제치고 업계 1위 삼성화재(1조8216억원)을 매섭게 쫓고 있다. KB손해보험(7529억원), 현대해상(6078억원)과의 격차는 더욱 벌렸다.

메리츠금융지주도 핵심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1333억원을 기록, 사상 최초로 2조원대 이익을 올렸다.

보험업계에선 이러한 메리츠화재의 약진이 그간 업계 관행처럼 이어진 출혈 영업 경쟁에 동참하지 않고 우량 계약 중심의 매출 성장과 효율적인 비용 관리 등 본업 경쟁력에 충실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기존 강점인 장기 보험손익의 꾸준한 성장과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운용 능력이 실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 메리츠화재의 장기손익은 1조4717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투자손익은 6200억원, 투자이익률은 4.4%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의 실적 향상으로 인해 손보업계는 1강(삼성화재) 4중(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에서 2강(삼성화재·메리츠화재) 3중(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구도로 재편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아직 삼성화재가 지키고 있는 왕좌는 견고하지만 향후 3년 이내에 전 채널 시장점유율 1등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메리츠화재를 주시하면 업계 순위 변동 가능성도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의 능력이 궤도에 오른 만큼 발전 가능성이 다른 보험사보다 크다"며 "앞으로도 강점인 '보장성보험'과 '투자손익'에서 성장세를 보이며 손익 증가를 통해 업계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예측했다.

◇ 가이드라인 적용에도 '실적 부풀리기' 논란

다만 일각에선 이러한 보험사들의 실적이 크게 부풀려져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새 회계제도에서 다수 보험사들은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면서 단기간 이익과 자본 등이 크게 증가했고 이러한 실적이 나오게 됐다는 것.

특히 전문가들은 새 회계제도 속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은 보험사들의 자체적인 가정에 따라 순익에 반영되는 이익 규모 또한 달라질 수 있어 보험사들의 단기적인 실적 비교가 무의미하고 보험사 자체의 과대평가라고 지적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적용됐지만 회계제도를 보면 1년 정도의 단기 실적으로 보험사들의 순위를 가리는 것에 큰 의미를 두기는 힘들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4분기 IFRS17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실손의료보험의 계리적 가정,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가정 산출 기준 등이 담겼다.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금에서 실제 지급한 보험금을 제외한 금액을 의미하는 '예실차' 오차가 5%를 넘지 않도록 당국은 권고하고 있다.

새 회계제도 관련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올해 역시 보험사들의 실적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역시 IFRS17 제도 하에 영업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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