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등 이용해 언더라이팅 등 편의 증대
효율·수익성 다 잡을 수 있어 기술 개발 박차
금융소외 계층 등 어려움 느끼는 고객도 챙겨야

사진=유토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올해를 '디지털 전환'의 원년으로 선언한 보험사들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고객 편의 증대에 나섰다. 보험 가입 희망자의 계약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언더라이팅'을 자동·간소화하거나 AI를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은 높여 업무 효율은 물론 수익성 향상까지 노린다는 전략이다.

다만 일각에선 모든 업무가 디지털화되고 대면 업무까지 사라진다면 콜센터 상담원 등은 없어지고 이러한 직업으로 생계를 책임졌던 수많은 사람들이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고령자의 디지털 소외 등 금융 사각지대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최근 AI 기반 보험금 신속 지급 서비스 'S-패스'를 론칭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보험 계약자는 앱과 홈페이지에서 진료 정보를 입력하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으며, 보험사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심사 과정 없이 즉시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우선 심사로 분류해 신속히 처리할 수 있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S-패스'를 시범 운영한 결과 즉시 지급 건은 평균 30분 내에, 우선 심사 건은 당일 이내에 보험금이 처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현대해상도 SK텔레콤이 보유한 AI 언어 모델 '에이닷 엑스'를 보험 업무에 적용해 금융소비자의 문의에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주는 AI 콜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나아가 4개 국어(한국어·중국어·일본어·영어)를 AI가 실시간 통역해 주는 에이닷의 통역 전화(통역콜) 기능을 활용해 고객 저변을 외국인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그간 축적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보험사들은 보험 가입 희망자의 계약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의사결정 과정인 '언더라이팅'에도 AI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영업현장에 AI 비서를 도입했던 DB손해보험은 그동안 매월 6000명의 설계사가 AI 비서를 활용해 10만명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3억원의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높은 활용도를 자랑했다. 더불어 DB손해보험은 AI로 고객별 보장분석과 맞춤설계, 언더라이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사전 언더라이팅 'AI 비서 시스템'도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AI 비서가 진행하는 언더라이팅 결과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더욱 정교화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채널에서 보험 가입 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 반복 업무를 개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유용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도 최근 사전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화생명이 이번에 도입한 시스템은 설계사(FP)와 고객이 보험 가입 단계에서 알릴 의무 사항을 작성할 때 고객 동의 이후 한화생명과 타사의 보험금 지급 이력을 불러와 간편하게 자동 입력할 수 있다. 이후 사전심사를 진행해 청약 후 보완·반송을 최소화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사전에 확인된 병력 정보로 고객의 보험상품 가입 가능 여부를 청약 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 언더라이팅 시스템 'Mi-choce 선심사시스템'을 지난해 10월 도입했다. 심사 결과에 따라 청약 보완 서류가 발생하면 이를 자동 출력해 서류제출 등 절차도 최소화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해당 시스템을 통해 보험 가입 자동심사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14일 열린 보험 비즈니스 혁신 업무협약. 사진=현대해상.
지난 14일 열린 보험 비즈니스 혁신 업무협약. 사진=현대해상.

◇ 효율·수익성 모두 잡을 수 있지만 소외계층 배려도

보험사들이 보험 계약 등 대면 업무에 AI 기술을 도입하는 이유는 효율성은 물론 수익성까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고도화되고 '언더라이팅' 등의 업무가 전면 자동화되면 보험사와 고객은 가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고객이 필요한 보험과 금융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일본 후코쿠생명과 중국 핑안보험 등 해외 보험사들은 언더라이팅이나 손해사정 업무를 AI에 상당 부분 맡겨 업무 효율성을 대폭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AI 기술 고도화로 인건비 등의 비용이 절감되면 상품 개발·보완에 해당 비용이 사용되면서 보험사는 보험료를 낮출 가능성도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I 시스템이 더욱 발전하면 콜센터 등의 업무는 전부 AI가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인원을 감축하면 관련 사업비가 상품 개발 등 다른 분야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효율, 수익 모두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나 고령자 등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상황에서 관련 시스템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존재한다. 또 많은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보험 계약의 경우 AI로 인해 불완전판매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사들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AI 기술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관련 우려에 대한 대응책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도 콜센터의 간단한 업무는 AI로 진행하고 있다"며 "추후 AI의 비중은 높아지겠지만 완벽히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업무에 일하고 계신 분들이나 금융소외 계층을 위한 시스템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고민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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