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자금 확보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 러시...이자 증가로 유동성 위험 우려
여전채 등 자금 확보 어렵자 신종자본증권 발행 무분별한 발행으로 인한 유동성 위험 대비해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지난해 고금리 기조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으로 실적 악화성적표를 받은 카드사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여신전문채권(여전채),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증권 등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카드사들은 대표 건전성 지표인 레버리지 배율을 조절하고 자본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신종자본증권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 자본 건전성 등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배당 미지급 우려가 높아 자금 유동성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카드는 국내 여신전문금융사 중 최초로 공모 방식을 통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다. 신종자본증권은 기업이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의 성격을 띈 증권으로 하이브리드 채권으로도 불린다. 일반 채권과 달리 일정 부분 자본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일반 채권보다 만기가 긴 대신 금리가 더 높게 책정된다. 한번 책정된 금리가 통상 5년 동안 유지되다 보니 상황에 따라 이자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그간 국내 카드사 및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신종자본증권을 사모 방식으로 발행해 왔지만 공모를 통한 발행 시도는 KB국민카드가 처음이다.
발행 예정 금액은 1500억원이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500억원까지 증액 발행 계획을 세웠다. 발행 만기는 최초 30년이며 총 1500억원 규모의 인수단을 구성해 미발행 리스크도 줄였다. 키움·한양증권이 대표 주관사로 각각 700억원, 400억원을 인수하고 KB증권이 200억원을 교보·한국투자증권이 100억원을 맡았다. KB국민카드는 증권신고서 제출 및 수요예측 등 절차를 진행하고 이달 초 발행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롯데·현대카드도 신종자본증권 조달을 마쳤다. 2022년 8월 4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예고했던 롯데카드는 지난달 사모 방식을 통해 1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표면이자율은 연 6.2% 수준이다.
현대카드도 지난 2월 신종자본증권 1400억원을 발행했다. 1200억원과 200억원 규모로 두 번 발행했고 금리는 모두 5.56%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들이 레버리지 비율 개선에 도움이 되는 신종자본증권을 연이어 발행하고 있다"며 "언급된 카드사뿐 아니라 다른 카드사들 역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 자본 건전성에 유리하지만 유동성 위기 가능성도
카드사들이 연이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는 이유는 자본적정성을 지키면서도 선제적으로 자본 확보를 위해서다. 지난해 조달 금리 상승으로 자본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카드사들은 신종자본증권 등을 통한 자본 확충을 통해 미리 손실 흡수능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금융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부채 비율을 늘리지 않으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 이번 발행을 통해 KB국민카드의 부채 의존도도 보다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조달 금리 상승이 자본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레버리지 배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점 역시 카드사가 신종자본증권을 찾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레버리지 배율은 평균 5.6배로 기준금리 상승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1년 말(5.3배) 대비 0.3배 상승했다. 일부 카드사들의 경우 금융당국의 규제 한도인 7~8배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되면서 레버리지 배율을 낮추기에도 용이한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부채 비율을 늘리지 않으면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드사 관계자는 "여전채 등 기존 자금 조달 방식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여전채 외 자금 조달 수단을 다각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신종자본증권은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자본 건전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어 다른 카드사들 역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카드사가 고금리 기조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업황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신종자본증권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 회사의 배당(이자) 지급 여력에 따라 유동성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 채권보다 만기가 긴 대신 금리가 더 높게 책정되는 신종자본증권으로 인해 수백억원의 이자 비용이 더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추후 자본 여력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고 일시적인 실적 악화에도 배당 미지급 우려가 높아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 실제 지난해 흥국생명은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채권 시장의 유동성 경색으로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이행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연이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지만 하반기 역시 카드업계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신종자본증권에만 의존하면 더 큰 자본 유동성 위기가 올 가능성도 높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