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해지 올해 9만명 더 늘어
연회비 상승·혜택 감소에 카드 줄여
혜택 늘린 카드 늘어나야 해지 감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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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고물가·고금리에 시름하는 서민들이 늘면서 소비를 줄이려는 추세가 이어지자 신용카드마저 해지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혜택이 많은 이른바 '알짜카드'는 줄고 연회비는 비싸지면서 고객 이탈이 더욱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만약 카드를 없앤다면 카드사 탈회보다는 해지만 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더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또 카드사 혜택을 다시 늘리고 서비스 질을 높여 해지를 줄여야 휴면카드 증가 등의 부작용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의 지난달 개인 신용카드 해지 회원 수는 78만9000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해지 회원 수(69만3000명)보다 15%(9만6000명) 늘어난 수치다.

해지 회원 수를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가 10만1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BC카드 10만7000명 △KB국민카드 10만명 △NH농협카드 9만2000명 △롯데카드 9만1000명 △삼성카드 8만6000명 △현대카드 7만3000명 △우리카드 7만2000명 △하나카드 6만7000명 순이었다.

개인 신용카드 해지 회원 수는 지난해 하반기 매월 60만명대를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갑자기 증가했다. 지난 2022년 1월 해지 회원 수는 58만9000명, 지난해 1월은 73만2000명 수준이었지만 올해 1월 해지 회원수는 전년 대비 10만명 더 많았다.

카드사 관계자는 "연초엔 연말 정산 등을 통해 지난해 소비를 확인한 뒤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며 "올해 더 많았지만 다시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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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 해지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업계에선 이러한 해지 움직임에 대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지난해 카드사가 '혜자카드'로 불리는 알짜카드는 줄이고 연회비는 늘리면서 카드 필요성을 못 느끼는 소비자들의 해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또 올해엔 고물가에 따른 경기 불황으로 신용카드 사용에 부담을 느끼는 이용자가 더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카드사는 조달금리 인상으로 인한 실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혜택이 좋은 '알짜카드'를 계속 줄이고 있어 카드 소비자의 선택지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 458종이 단종됐다. 2022년(116종)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연회비는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8개 카드사의 연회비 수익은 98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2%(689억원) 늘었다. 최근 4년 내 역대 최대치다.

또 특정기업과 카드사의 제휴를 통해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도 해지율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특정 브랜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줄면서 PLCC의 필요성도 떨어지자 관련 카드 해지도 늘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휴면카드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해지 회원 증가로 이어졌다"며 "카드사의 기조가 프리미엄 회원을 강화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해지 흐름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 연회비 부담 줄이고 혜택 늘려야 해지도 줄어

전문가들은 연회비 부담을 줄이고 혜택은 상대적으로 좋은 카드로 소비자가 갈아타려는 움직임으로 인해 카드 해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소비자들이 카드사 탈회보다는 단순 해지만 하는 것이 추후 서비스 이용을 위해선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카드 탈회를 신청하면 해당 카드사의 모든 신용카드 이용이 불가능해지지만 해당 카드만 해지하면 카드사의 회원 자격은 유지하되 개별 신용카드의 서비스 사용 권한만 포기하게 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쓰지 않는 카드만 해지해야 추후에 다른 카드 상품이 나왔을 때 쉽게 가입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연회비가 지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휴면카드는 빠르게 해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카드사가 그간 줄였던 혜택을 다시 늘리고 '혜자카드'를 다시 부활시키는 등의 소비자 친화적 기조를 강화해야 카드 해지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카드사의 수익 창출과 소비자 이탈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 카드 관련 플랫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혜택이 많았지만 단종된 카드가 재출시되면 다시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과반 이상이 '쓰겠다'는 표를 던진 바 있다. 카드사들도 카드 출시 계획 등 포트폴리오가 있는 만큼 혜택을 강화한 카드들을 출시해 고객 이탈을 막겠다고 밝혔다.

카드사 관계자는 "과거 단종된 카드들보다 더 혜택을 강화한 새 카드들이 나오고 있다"며 "카드 해지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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