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여성 임원 10%도 되지 않아
ESG 경영 기조에도 환경적 요인 영향
성비보다 능력 위주의 승진 필요성도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금융권의 '유리천장'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지만 국내 카드사의 '유리천장'은 아직 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 임원 가운데 여성은 10%가 채 되지 않았고 이마저도 대부분의 역할은 소비자 보호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지만 성별 다양성 확보는 아직 미흡해 보인다.
특히 최근 금융권이 거듭 강조하고 내세우는 경영철학 중 하나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점에서 카드사의 이러한 기조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성비보단 철저한 능력 위주의 승진과 임원 선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BC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사외이사를 포함한 전체 임원 240명 중 여성은 21명으로 8.75%에 그쳤다. 이들 카드사의 여성 직원이 총 4869명임을 고려하면 임원 비중은 0.43%에 불과하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현대카드가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카드가 3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BC카드 2명, 국민‧하나‧우리‧롯데카드는 각각 1명씩이다.
약 20명이 조금 넘는 카드사 여성 임원들의 역할 역시 남성에 비해 제한적이었다. 삼성‧현대카드 정도가 데이터와 브랜드 등 역할을 부여한 반면 나머지 카드사의 경우 소비자 보호에 국한돼 있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카드사가 성별에 차별을 두지 않는 채용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상대적으로 여성 직원보단 남성 직원이 많다는 점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인재 육성·적은 임원 등이 가로막아
금융권은 그동안 유리천장이 관행처럼 여겨질 정도로 보수적 문화 색깔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ESG 경영이 확대되면서 대형 금융지주가 여성 사외이사를 잇달아 영입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TF' 출범을 통해 성별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고 있지만 카드사들의 기조는 바뀌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카드사들이 △여성인재 육성 미흡 △높은 계약직 비중 △상대적으로 작은 임원 비중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금융지주 내 카드사들의 경우 금융그룹에서 진행하는 여성인재 육성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적극적인 활용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 콜센터나 백화점 창구 업무 등 주로 고객 응대 업무를 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계약직 여성 직원이 많고 성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공채로 남성 직원들을 뽑으면서 사내에는 자연스러운 유리천장이 형성됐다.
이와 더불어 카드사 자체 규모가 은행이나 보험사보다 크지 않아 임원 자체도 적다는 점 역시 여성 임원이 다수를 차지하긴 어렵다는 의견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엔 공채를 많이 뽑고 있지만 계약직에 여성 비중이 더 높은 건 여전하다"며 "임원은 많지 않지만 부서장급의 경우 여성 비율을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동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성비보다 능력 위주의 승진 이뤄져야
카드사의 이러한 관행에 대해 ESG 경영 기조를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일각에선 성비보다는 능력 위주의 승진과 임원 선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성의 경우 결혼 및 육아 등 경력 단절이 적지 않아 임원급 인력이 없고 그렇다 보니 역량에 있어서도 남성인사가 능력이나 경력 면에서 더 적절한 경우가 많다는 것.
이에 전문가들도 여성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더 많이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피력하는 중이다.
또 업계에선 경영상 필요한 인재나 적임자가 유리천장으로 인해 적합한 자리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면서도 수치상 구색을 맞추기 위한 성비 구성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직 내 성인지 감수성 및 경영 다각화 차원에서 여성 임원의 비율을 늘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라며 "무조건 뽑는 것보단 적절한 위치에 적절한 인사를 구성하기 위한 고민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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