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수주 몸 사리는 건설사…강남도 예외 없다
송파‧서초 등 알짜사업지도 시공사 선정 유찰 행진 공사비 급등‧부동산 업황 악화로 경쟁보다 '무혈입성' 택해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하수 기자]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길어지고,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입지적 강점에 사업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분양률도 높은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마저 건설사들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선별 수주에 나서는 분위기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 재건축조합은 오는 10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이번 시공사 입찰은 4번째로 진행되는 것으로, 앞서 조합은 지난해 12월 첫번째 시공사 입찰공고를 내고 시공사를 물색했지만 건설사들의 참여가 적어 입찰이 무산됐다.
이후 지난 2월 조합은 공사비를 3.3㎡당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해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다시 냈지만, DL이앤씨만이 임찰참여확약서를 제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6차 재건축조합은 최근 대우건설을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앞서 진행된 시공사 입찰에 대우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곳은 강남권에서도 한강 변에 있어 알짜 단지로 평가받지만, 대우건설만이 1·2차 입찰 모두 단독으로 입찰참여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수의계약 수순을 밟게 됐다. 조합은 재건축 공사비를 3.3㎡당 944만원으로 책정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2차 재건축사업도 건설사들의 경쟁 구도 없이 시공사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조합이 진행한 시공사 입찰 모두 유찰되며 단독으로 입찰참여 확약서를 제출한 롯데건설의 무혈입성이 점쳐지고 있다.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는 3.3㎡당 897만원이다.
서초구 신반포27차는 SK에코플랜트와 수의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오는 6월 조합 총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SK는 하이엔드 브랜드인 ‘드파인’을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3.3㎡당 공사비는 958만원 수준이다.
지난달 15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사업도 현대건설과의 수의계약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사업은 알짜지역으로 꼽히는 송파동 지역에 1531가구 규모로 지어지는 대규모 정비사업으로, 지난해 12월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 당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입찰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입찰 전 최종 결정에서 대우건설이 발을 뺐다. 대우건설 입장에선 이곳에 장기간 수주 의지를 밝혀왔으나, 출혈 경쟁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정비업계의 시각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리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사업 시공권 경쟁에 건설사들의 참여가 저조한 원인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원자재가격 인상 등의 여파로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년 전만 해도 건설사들은 강남권 재건축사업 수주를 위해 조합이 제시한 조건 이상의 사업 계획안을 제안하고, 경쟁업체와의 비방전과 소송전도 불사하는 등 열띤 수주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천정부지 뛰고 있는 공사비와 침체된 분양시장 여파로 출혈경쟁을 피하고 수익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사업만 선별해 수주하겠다는 인식이 건설업계 전반에 퍼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으로 정비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며 예전에 비해 사업성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면서 “낮은 공사비로 사업을 따내봤자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으로, 지방 대형사업지나 강남 재건축단지도 사업성이 없으면 입찰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