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22차 공사비 3.3㎡당 1300만원 확정…재건축 '역대 최고'
재건축, ‘황금알 낳는 거위’서 ‘돈 먹는 하마’로 분위기 반전

서울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카카오맵 로드뷰
서울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카카오맵 로드뷰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원자잿값 상승 여파로 아파트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재건축‧재개발조합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 완화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늘어난 공사비 탓에 ‘황금알 낳는 거위’였던 서울 도심 재건축·재개발사업이 ‘돈 먹는 하마’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조합은 최근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공사비 증액에 합의했다.

양측이 합의한 공사비는 3.3㎡당 1300만원으로, 이는 정비사업 공사비 중 역대 최고가로 꼽혔던 서초구 방배삼호 12·13동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공사비(3.3㎡당 1153만원)를 넘어선 것이다.

조합은 지난 2017년 시공사 선정 당시 현대엔지니어링과 3.3㎡당 569만원에 계약을 맺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원자재값 상승과 하이엔드 브랜드 변경을 이유로 공사비 인상을 요청했다. 당초 현대엔지니어링은 조합에 3.3㎡당 1390만원을 제시했으나 조합과 수차례 협의를 거쳐 1300만원으로 확정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주변 수준에 맞춰 하이엔드급으로 올리다보니 자재비가 높게 책정됐고 공사 외주비가 오른 것, 단지 규모가 작고 고층이라는 점도 공사비 상승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재건축 대장주 중 하나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사업도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공사비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초 조합에 공사비 약 1조4000억원 증액을 요청했다. 지난 2017년 처음 논의된 공사비 2조6363억원(2019년 5월 기준)에서 4조775억원(2023년 8월 기준)으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도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4월 3.3㎡당 510만원이던 공사비를 660만원으로 올린 뒤 또다시 889만원으로 인상을 요구해 갈등을 빚고 있다.

강남 이외의 정비사업장에서도 공사비 인상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 2020년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3.3㎡당 공사비 512만원에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난해부터 공사비 증액 협상을 이어온 끝에 지난달 3.3㎡당 784만원으로 공사비를 올리기로 합의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 규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공사비 폭등 영향으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사업장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늘어난 공사비는 곧 조합원들의 분담금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져 표류하는 사업지들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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